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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역 맛집] 부산갈매기

내가 처음 갈매기살을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였다. 그 당시 원래 살던 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분당으로 이사를 왔었는데, 아파트 맞은편에 큼지막한 갈매기살 음식점이 있었다. 어린 시절 갈매기살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봐서 어머니께 '저거 진짜 갈매기로 만든 고기에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그게 돼지고기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에서 한 번 놀라고 처음 맛보는 새로운 음식에 또 한 번 놀랐다. 갈매기살은 돼지 한 마리에서 300~400g 정도 나오는 특수 부위인데, 횡격막을 이루는 부위라고 한다. 횡격막을 우리말로 하면 가로막이라고도 하는데, 가로맥이로 불리다가 갈매기살이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갈매기살은 지방이 거의 없고 쫄깃한 맛이 특징이다. 하지만, 갈매기살은 가뜩이나 적게 나오는 부위인데 더불어 손질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다른 돼지고기 부위보다 비쌌다. 하지만, 무역협정 이후에 갈매기살이 수입으로 대거 들어오게 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당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2015년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마포갈매기라는 체인점이 진짜 어느 곳을 가도 존재할 정도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심지어,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를 할 때에도 거기 시내에 마포갈매기가 있을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최근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었던 갈매기의 원조는 어디일까?' 내가 많이 들어본 마포갈매기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실제로 마포역과 공덕역 사이에 갈매기 골목이 있었다. 공덕역에 더 가까웠지만, 이름이 마포갈매기이기 때문에 편의상 마포역이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부산갈매기

 

마포갈매기 입구에 1978년부터 시작되었던 부산갈매기라는 음식점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더 볼 필요도 없다. 그냥 여기로 직진이다. 점심시간에 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는 없었고, 거기에 이모님들이 갈매기살을 손질하고 계셨다. 역시 갈매기살은 직접 손질해야 한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 부산갈매기하면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가 생각난다. 물론 잘 모르지만.

부산갈매기

 

갈매기살이 1인분에 13000원이다. 요즘 비싼 삼겹살도 이 정도 하는 것으로 보아, 그냥 적당한 가격인 듯하다. 같이 사는 동생이랑 왔는데 혹여나 2인분이 부족할까 봐 추가로 껍데기도 하나 시켰다.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갈매기살이 생각보다 양이 많다고 느껴졌다. 서비스를 주셨다고 아주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사실 얼마나 더 주셨으려나 했는데, 갈매기살을 먹고 또 먹어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이 집의 특이한 점은 갈매기살이 어느 정도 양념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는데, 주로 다진 마늘로 하신 것 같다. 우선은 너무 배고프니 구워보기로 한다.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과장 하나도 보태지 않고 살면서 먹어본 갈매기살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 역시 원조는 원조인가 보다. 저번 신촌 서서갈비 때도 같이 사는 동생과 같이 갔었는데, 그 집에 이어서 감탄을 하면서 고기를 먹었다. 우선 갈매기살 기존에 발라져있던 약간의 양념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고 고기 자체의 질도 너무 좋았고 그래서인지 식감이 만족스러웠다. 원래 나는 항상 고기를 먹을 때 밥이랑 김치랑 쌈장이랑 쌈이랑 같이 싸서 먹어왔는데, 가끔 진짜 맛있다고 생각하는 고기는 그냥 고기만 먹는다. 그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다른 것들은 먹지 않는다. 그리고 이 집이 그러했다. 갈매기살 하나만 먹어도 맛있고 배불렀다. 2인분이라고 하기 무색할 만큼 양이 엄청 많았다. 서비스 주신 아주머니께 너무 감사한다.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마포갈매기 체인점을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여기 불판 주위에 계란 크러스트를 둘러주신다. 물론 이 집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정도 고기를 먹었을 때 아주머니께서 주전자를 가지고 오셔서 계란을 뿌려주신다. 그리고 앞선 상차림에 있었던 김치와 파를 우리가 직접 거기에 올리면 된다. 비주얼은 상당히 압도적이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계란을 먹을 때 그 공간에 숟가락이 딱 맞아들어가지 않아서 먹기에 많이 불편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체인점과 같은 경우에는 대개 치즈도 넣고 좀 맛을 내기 위해 여러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는 진짜 아무런 부속물 없이 그저 계란에다가 김치 파만 들어있기 때문에 맛 자체가 자극적이지는 않았다.

부산갈매기

 

마무리는 껍데기이다. 사실 내가 껍데기는 잘 못 구워서 동생이 구웠는데, 아주 맛깔나게 구워서 참 마무리를 잘했다. 다만, 갈매기살이 너무 맛있어서 그런지 껍데기는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동생이 수원 인계동에서 껍데기를 먹은 이야기를 해줬는데, 막상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인계동에 직접 가고 싶어졌다. 빠른 시일 내에 방문을 해봐야겠다.

갈매기살이 참 좋다. 신촌/공덕/마포 주변에 맛있는 집이 너무 많은 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이제 신촌에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전에 수많은 맛집들을 다 들러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