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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리뷰] 인간에게 남겨진 것들

사실 매트릭스 영화를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봤었는데, 상당히 철학적인 영화였다고만 기억하지, 그 외의 것들은 잘 기억이 안 났다. 근데 최근 친구가 매트릭스는 1,2,3 시리즈를 꼭 다 봐야 한다고 강력 추천하길래, 이번에 매트릭스 1부터 차례로 보기 시작했다. 20세기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너무 뛰어난 영화여서 상당히 놀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처: 매트릭스

 

매트릭스를 보지 않았어도 알 수 있는 그 유명한 빨간 약 파란 약이다. 파란 약을 먹으면 잠에서 깨어나 원래 삶을 살 수 있고, 빨간 약을 먹으면 진짜 현실을 알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주인공 네오는 빨간 약을 먹고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철학적으로 자주 나오는 문제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진짜인가? 플라톤이 처음 동굴의 비유를 들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사실이 아니고 그저 그림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얘기한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을 필자도 많이 해보았다. 과연 내가 지금 오감으로 마주하는 현실이 진실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게 그저 뇌에서 보내는 신호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보이도록, 그렇게 느껴지도록 이미 설계된 것이고, 우리는 그것이 진실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고민 끝에 살고 있는 세계를 믿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이 그저 뇌의 물리적 현상일 뿐이고, 모두 거짓이라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란 사람의 존재 자체가 특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 생각이 정당화되려면 내가 살고 있는 세계도 현실 그 자체여야 한다.

출처: 매트릭스

 

이전에는 몰랐지만, 매트릭스의 세계관은 정말 대단한다. 그 당시에 IT 버블로 인해서 인터넷이 한창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시기여서 충분히 이런 생각이 가능할 법도 하지만, 1990년도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놀랍다. 이 매트릭스의 전반적인 내용은 기계와 인간이 싸워서 결국은 기계가 승리했고, 인간은 기계의 에너지원인 태양을 없애는 방법을 시행하였지만, 태양이 없어지고 난 후 기계들은 인간을 본인들의 에너지원으로써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재배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고, 기계들은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렇게 기계는 매트릭스라는 세계 속에서 인간들을 지배하면서 살게 된다. 그리고 인간들은 그와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거짓된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지 않을까 싶다. GPU의 발달로 인해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계학습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는 현재 AI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아마존에서 택배 창고는 로봇들이 상자를 분류하고, 미국의 어떤 식당에서는 로봇이 서빙을 하고, 자동차는 현재 자율주행이 3단계까지 발전하였으며, 유튜브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영상만 추천해 준다. AI는 이미 어마어마한 발전을 이루었고,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정말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들이 실현될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지 4년이 되어가고, 그 사이에 수많은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사람들이 취업을 할 때 이제는 기계와 경쟁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변하는 사회에 남겨진 인간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해보았다. 결론은 별거 없다.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되거나 기계보다 뛰어난 인간이 되거나. 그래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결국은 필요하게 될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다. 더불어서 기계학습 분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본인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이제는 이러한 역량들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물론, 기계가 발전한다고 해서 인간의 역할이 급격하게 줄어들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언제나처럼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것이니까. 하지만, 이러한 기계들에게 결국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들도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해야 할 시기가 올지도 모르는 생각이 가끔 든다. 우리가 만든 기계지만, 그것이 우릴 집어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좀 소름이 끼친다. 그게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한 진실이다.

출처: 매트릭스

 

약간 중국 무술에 영감을 많이 받은 듯하다. 이것 역시 할리우드의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소룡 덕분인가. 오리엔탈리즘인가. 가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액션신에 동양의 무술이 많이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일본이나 중국 무술만 많이 나오지, 한국 무술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어서 빨리 한국의 전통을 살린 콘텐츠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날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을 배경으로 한 킹덤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에 너무 자랑스러운 마음이 든다.)

출처: 매트릭스

 

출처: 매트릭스

 

매트릭스 하면 철학도 있지만, 결국은 액션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가 떠올릴 수 있는 매트릭스 총알 피하는 장면.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만 가면 친구들이 모두가 이 동작을 따라 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근데, 그 당시 그 누가 매트릭스가 이런 내용의 영화였을 줄 알았을까.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온다. 결국 네오는 선택받은 '그'가 되어서 뭐 총알도 피하고, 총알도 멈추고, 스미스 용원을 이기게 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네오가 정말 선택받은 '그'가 맞나?라는 것이다. 그냥 사람들의 믿음이 만들어낸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네오 본인도 자신이 선택받은 '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사실 오늘 영화 리뷰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철학이란 그런 것이니까. 계속해서 생각하고 가치관을 세우는 과정. 살면서 너무나도 필요한 철학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마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 너무 바쁘기 때문에 그런 내세적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가 아닐까? 결국 우리도 여기 매트릭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바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