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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리뷰] 마음은 가까이 머리는 멀리

최근 CNN 보도를 시작으로 여러 국가의 매체에서 김정은의 건강에 대한 뉴스가 쉼없이 쏟아졌다. 필자 역시도 우리나라가 분단 국가인 것을 잊고 살다가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현실을 직시하곤 한다. 예전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매체에서 속보를 내고, 중요한 이슈인 마냥 다뤘는데, 요즘은 북한이 무엇을 하건 예전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 터진 김정은 건강에 대한 여러 기사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하기에 충분한 이슈였다. 물론 내가 요즘 주식 시장을 자주보면서 관련 주식들이 요동치는 것을 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어릴 때는 통일에 대해서 참 많이 배웠다. 통일을 하게 된다면 북한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해상으로 가지 않아도 육로로 무역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인구와 땅이 주는 효과를 고려한다면 통일은 우리나라에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그렇게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필자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일에 대해서는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건 뭐 각자 개인적인 생각에 차이니까 이와 관련하여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필자가 어릴 때 학교에서 통일에 대해 이와 같이 배웠던 이유는 아마 그 때 당시 사회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 때 당시만 하여도 금강산을 구경할 수 있었고, 뉴스에서는 남북간의 좋은 관계만 흘러나왔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항상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영화는 어땠을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운이 좋게도, 나의 의문과 당시의 상황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은 영화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동경비구역 JSA였다.

우리나라에서 연기를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이병헌 배우와 송강호 배우가 출연하고,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박찬욱 감독이 만든 공동경비구역 JSA. 필자 역시도 군생활을 하던 시절에 최전방에서 근무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극에 달했고, 그 길로 바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출처: 공동경비구역 JSA

 

시작부터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가장 절정이었던 대립과정을 영화 초반에 보여주고, 그 사건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과거부터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하면서 관객들이 영화에 더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요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필자 역시도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나 계속 궁금해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영화 내에서 남한군인 김태우, 이병헌과 북한군인 송강호, 신하균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평화로운 장면들을 지속해서 연출하는데, 왜 도대체 영화 초반에 저러한 비극이 일어났나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 영화에서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출처: 공동경비구역 JSA

 

제작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나서 확인했었던 네이버 검색어 종전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이 손을 잡고 판문점 이 선을 넘은 사진은 나엔드게임의 결말을 잊게할 만큼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영화의 해당 장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 때 그 사진이 떠오르면서 다시 한번 과거에 젖었다. 하지만, 진전이 있을 것만 같던 북한과의 관계는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인해 다시금 예전의 상태로 돌아왔고, 이러한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진행 상황과 매우 닮아 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군 복무시절에 기억이 떠오르면서 오랜만에 영화에 최고의 집중력을 보이며 감상할 수 있었다.

출처: 공동경비구역 JSA

 

이 장면에서 나오는 이등병의 편지 노래가 얼마나 서글프게 들리는지. 그리고 이렇게 친한 남한과 북한의 모습이 얼마나 미소짓게 만드는지. 군 복무를 할 때 항상 배워왔던 것은 바로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라는 것이었다. 북한이 바로 그 당시 내가 GOP에 있었던 이유였고, 그렇게 힘든 훈련을 받는 이유였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이유였다. 북한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필요가 없었다. 백번해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군복무를 하면서 머리로는 그렇게 이해를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단 한번도 적이라 생각해보지 못했다. 북한군과 싸운다는 마음보다는 대화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영화를 보면서 '아, 정말 북한군은 저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만약 이병헌과 같은 상황이고 북한군을 실제로 만났을 때 저러한 선택을 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다. 머리는 적이지만 마음은 동지다. 이 말이 제일 와닿는 듯하다. 만약 내가 입대를 하기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그 길로 어떻게 해서든 JSA에 지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출처: 공동경비구역 JSA

 

하지만, 남한과 북한은 현실이 그러하듯 결국은 적이다. 남한군이 북한군 초소에서 놀고 있는 장면을, 북한 간부가 발견을 하고 갈등이 시작된다. 남성식 일병이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정신이 나가 북한 간부를 쏘고, 이수혁 병장과 같이 친구였던 정우진 전사를 쏘고, 오경필 중사 역시 쏘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남한군은 다시 자신네의 초소로 돌아가게 된다. 이게 사건의 배경이었다. 여기서 처음 봤을 때는 송강호가 연기한 오경필 중사가 진짜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 순간에 적이 되어버린 남한군과 북한군이었지만, 거기서 침착함을 유지하고 모두가 괜찮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그에따라 행동한다. 그의 판단으로 인해 이수혁 병장과 남성식 일병은 무사히 남한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경필 중사가 이와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그 공간이 북한군의 초소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 이 사건이 일어난 배경이 남한군 초소였다면 입장이 바뀌어 이수혁 병장이 침착한 행동을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안타까운 비극에서, 필자는 남한과 북한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멀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과 너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2000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지금까지도 현재 상황을 잘 대변하는 영화이다. 20년이 지났지만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아닐까.

출처: 공동경비구역 JSA

 

개인적으로 이병헌이 자살하는 장면은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한국영화에서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가 죽을 때 죽는 모습과 신하균이 죽는 모습을 교차편집한 것 자체로도 너무 예술이었는데, 마지막에 총으로부터 이병헌으로 포커스가 잡히는 장면을 보며 그제서야 영화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이병헌이 자살한 이유는 죄책감에서였다. 이 전 장면에서 이수혁 병장의 진술서를 토대로 한 장면에서는 정우진 전사를 쏜 게 바로 남성식 일병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수혁 병장이 믿고 싶었던 기억이었다. 이 장면이 나오고서야 비로소, 이수혁 병장이 정우진 전사를 쐈다는 것을 필자는 알 수 있었고, 그 죄책감으로 인해서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수혁 병장이 쐈다는 것은 끝나고서야 알았지만, 영화 초반부터 암시되었던 복선이었고, 그것은 바로 이수혁 병장이 누구보다 총을 빨리 쏠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몇 번을 돌려봐도 지겹지가 않은 장면이다. 현재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불편하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어쨌거나 총구를 서로에게 겨눠야 하는 이 상황.

출처: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는 이렇게 사진 한장으로 마무리 된다. 아까 판문점에 있던 사람들은 바로 이수혁 병장, 남성식 일병, 오경필 중사, 그리고 정우진 전사다. 애석하게도, 남아있는 인물은 영화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오경필 중사뿐이다. 마지막 장면만 흑백으로 촬영하면서 더욱 애처롭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엔딩이다. 영화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남한과 북한은 참으로 현실과 닮아있다.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나 이해 관계들을 배제하고 그냥 이 상황만 본다면 필자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강대국의 간섭으로 동족간에 전쟁이 일어났고, 현재까지도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 국가이다. 거리상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라는 북한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북한에 갈 수는 없다. 저기 미국이나 유럽은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말이다. 통일을 해야한다 안해야한다를 떠나서 이 영화는 현재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너무나도 절실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은 가깝지만 머리는 멀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게 바로 이 영화를 슬프게 하는 요인인 것 같다. 이젠 너무나도 멀리 가버린 북한이어서, 통일이 과연 되기는 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리고 이 영화는 무언가 있을 법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완전 허구적인 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혹시나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것일까 하여 검색을 해보았는데, 몇십년 전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고는 한다. 하지만, 관련된 여러 내용들을 읽어보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타짜, 올드보이랑 더불어 내 인생 최고의 한국영화 TOP 3가 될 정도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배우게 해준 소중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