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서서갈비.
사람들이 모이는 신촌 명물거리와는 좀 동떨어진 위치에 있는데, 신촌역과 서강대역 사이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 이쪽 근처 신촌병원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을 때 지나치긴 했는데, 사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위치에 있는 맛집은 아니다. 하지만, 이 집은 60년 전통의 맛집이며, 서서갈비의 원조인 곳이다. 이렇게 맛있는 집인데 굳이 위치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예전부터 이 집은 알았지만, 신촌에 산 지 3년 만에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아마 그동안 귀찮아서였으리라.
하지만, 오늘 낮에 경의선 숲길을 또 뛰고 허기진 마음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중, 원조 서서갈비의 맛이 갑자기 궁금하여 그 길로 연남서식당을 방문하게 되었다.
원래 항상 사람들이 문 앞으로 줄을 길게 이루고 있는데, 오늘은 4시에 가서 그런지 자리가 좀 있었다.
라스트 오더가 6시 반이고, 그때쯤이면 갈비가 떨어지니 약간 애매한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에 와야 한다.
1960년 대 신촌과 마포 사이에 갈비가 발전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때 점심시간이 짧던 버스기사들이 갈비를 서서 먹고 빠르게 일터로 돌아갔다 하여 서서갈비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연남서식당은 그러한 서서갈비집 중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곳이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는데 저기 드럼통 안에 연탄이 들어있고, 거기에 고기를 굽는 방식이다. 4시인데도 사람이 꽤 많은 것을 보니 맛집은 맛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기 드럼통 위는 상당히 뜨겁기 때문에 물 잔이나 젓가락 등은 선반에 올려놓고 먹는다.
참고로 이 집은 햇반과 김치는 반입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 것들은 반입이 금지이다. 그리고 이 집에서는 오직 음료와 갈비밖에 팔지 않는다. 역시나 장인의 솜씨가 느껴진다. 갈비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심지어 사이드 메뉴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서서갈비의 이름을 살려서 의자도 없다. 모든 사람이 서서 먹는다. 어찌 보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집에 몰려드는 이유. 아마 맛이 아닐까. 어서 빨리 먹어봐야겠다.
들어오자마자 사장님께서 몇 개라고 여쭤보신다. 우선은 2인분을 시켰는데, 고기 두덩이를 올려다 주신다. 여기 연남서식당의 서서갈비는 소갈비인데, 고기 색깔만 봐도 양념에 숙성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주머니가 가위질 몇 번을 하시더니 고기가 얇게 썰려 나왔다.
본격적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저기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되고, 마늘이 들어있는 종지는 고기와 같이 불판 위에 올려놓는다. 연탄과 불판의 위치가 적절하게 떨어져 있어서 고기가 타지 않고 잘 구워진다.
방금 먹고 왔는데,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다. 필자가 먹어본 갈비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괜히 60년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서서갈비가 아니다.
여기 갈비의 소스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모두가 아는 양념갈비의 간장 맛이지만, 돼지갈비가 아닌 소갈비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첫 번째 특이함이 존재하고, 숙성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어느 부위를 먹어도 깊은 양념 맛이 느껴진다. 고기가 부드러운 건 기본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어떻게 구워도 고기가 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이 약한 것도 아니어서 금방 익지만 그렇다고 타지도 않는다. 양념된 고기의 특성상 항상 마늘과 파의 첨가물 때문에 금방 타고 판을 계속해서 갈아줘야 하는데, 이 집은 고기를 어떻게 숙성시키는지,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최상의 고기를 준비해 주는 듯하다. 소고기여서 심지어 바싹 굽지 않아도 되고 본인의 취향대로 어느 정도 익힌 다음에 먹으면 된다.
원래 간단히 먹으려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1인분 더 시키게 되었다. 2인분 더 시킬까 하다가 너무 배가 부르면 맛의 효용이 떨어질 것 같아서 적당히 1인분을 시켰다. 저기 보이는 마늘 양념은 어느 정도 마늘이 구워지면 정말 맛있어진다. 평소에 마늘을 잘 먹지 않는 필자도 계속해서 집어먹을 정도이니. 게다가 거기 마늘로 만들어진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으면 최상이다.
갈비의 마무리는 뜯어먹는 게 아닐까.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하고 식당을 나선다.
가격은 나갈 때 알게 되었지만, 150g (1인분)에 16000원이다. 역시 소갈비라 그런지 생각보다 가격이 좀 나간다. 3인분 먹었더니 대략 5만 원 정도가 나와서 깜짝 놀랐지만, 맛있는 음식 먹는데 쓰는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또 가야겠다.
운동 후 행복한 단백질 섭취였다.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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