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는 참 좋은 곳이다. 나중에 진정한 독립을 하고 가정을 꾸려서 어딘가에 살아야 할 시기가 찾아왔을 때, 가능하다면 무조건 판교에 살고 싶다. 우선적으로는 나중에 취직을 하더라도 가장 가고 싶은 업계가 IT 회사들이고, 그들은 거의 대부분 판교 테크노벨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혁신을 이끌어내는 곳이 바로 판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나 역시 활력을 받을 것은 기분이고, 실제로 판교에서 인턴을 했을 때도 그런 기운을 받았다. 거기에 현대백화점이 판교역 바로 앞에 크게 위치해 있고, 주변을 좀만 나가다 보면 공원과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다. 서판교 쪽으로 가면 조금 더 자연에 가까워질 수 있고 한산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주말에는 회사원들이 많이 없으니 사람이 붐비지도 않고, 물론 평상시에도 서울보다 덜 복잡한 지역이다. 그렇게 유동인구가 많고 땅값이 비싸다 보니 음식점이 대개 맛있다. 물론 판교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본 내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소개하고 싶은 판교 맛집들이 상당히 많지만, 우선 차근차근 최근 방문한 순서대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판교에 자주는 아니지만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가끔 방문하곤 한다. 최근에도 판교에 친구 만나러 방문했는데, 이가네 양꼬치라는 곳에 갔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양꼬치는 언제 먹어도 옳은 그런 음식이다.
저번에 왔을 때는 양꼬치를 시켰는데, 이번에는 그 친구가 여기는 양등심꼬치를 시켜야 한다며 다짜고짜 등심꼬치 2인분을 시켰다. 그리고 중국요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지 튀김도 같이 시켰다. 가격은 가물가물한데 양등심꼬치가 1인분에 2만 원이었고, 가지 튀김이 아마 1만 6천 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중국 기본 찬에는 땅콩이 나오는데 여기는 무채에다가 흔히들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밑반찬이 나온다. 뭔가 한국과 중국 대표 밑반찬을 섞어서 주는 것 같다. 물론 메인 식사 전 요깃거리로 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등심꼬치는 도대체 뭐가 다른가 하고 기대했었는데, 우선 고기의 두께자체가 다르다. 기본 양꼬치와는 비교가 안된다. 숯불에 돌려먹는 양꼬치 얼마나 오랜만인가. 벌써부터 설렌다. 양꼬치 하니까 예전에 중국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난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제대로 된 음식점에서 돌려먹는 양꼬치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 길거리에서 아저씨들이 숯불에 직접 구워주는 양꼬치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돈으로 양꼬치 하나에 100원 정도 했었는데, 한 친구들과 4명에서 가면 100개씩 시켜서 인당 25개씩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지금도 그때 먹었던 양꼬치가 가장 맛있었다고 기억에 남는데, 그때의 추억과 더불어서 아저씨가 양꼬치를 기가 막히게 구워주셨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양꼬치는 직접 소스를 찍어 먹는 방식인데, 그러한 길거리 양꼬치들은 양꼬치 자체에 소스를 입혀서 구워주셔서 그 양념이 고기에 더 잘 스며들었다. 약간 양념 닭꼬치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하다. 그리고 그 당시의 소스가 너무 자극적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어찌 되었건 과연 여기의 양꼬치 맛은 어떨지 기대하면서 꼬치가 돌아가는 것만 바라보았다.

우선 고기의 육즙이 뚝뚝 떨어진다. 중국에 있었을 때만 하더라도 양꼬치는 싼 맛에 먹는 걸로 인식이 되었는데, 여기 양등심꼬치는 상당히 고급진 고기의 맛이었다. 소스를 굳이 찍어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고기의 질이 뛰어났다. 하지만 당연히 소스는 찍어 먹어야 하므로 소스에 푹 찍어 먹어보았다. 흔히들 알고 있는 양꼬치의 맛인데, 고기가 다르다 보니 더욱 풍미가 느껴졌다. 살짝 아쉬웠던 것은 소스 자체가 그리 특별한 게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매우 만족스럽게 2인분을 후딱 끝내고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가지라는 음식을 예전부터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집에서 파는 가지 요리는 2번 중에 한 번은 꼭 먹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맛있으니까. 중국식 가지 요리는 정말 다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지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없애준다. 중국에 있을 때 고등학교 2학년 즈음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갔다. 거기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중국 전통 요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요리는 바로 가지 요리였고, 생전 처음 해보는 요리였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다. 그전에는 살면서 가지를 입에 대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만든 요리이고 하니, 만들고 난 후 시식을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지금도 가지 요리를 먹고 있다. 그때의 가지 요리에 대한 충격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가지 요리는 맛뿐만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추억까지도 되새겨주는 그런 의미 있는 음식이다.
양꼬치로 시작해서 결국 추억 팔이로 끝났다. 왠지 모르게 본인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음식은 더욱 애틋하다. 나에게 대부분의 중국 음식은 그러하다. 그때 그 시절로 가끔은 돌아가고 싶다. 어찌 되었건, 여기 양등심꼬치는 꼭 한번 먹어볼 만한 음식이다. 가지 요리는 뭐 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다음에는 이와 버금가는 맛있는 판교 음식점을 소개해야겠다.
'foo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촌역 맛집] 연남서식당 (0) | 2020.07.05 |
---|---|
[동대문역 맛집]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 (0) | 2020.07.04 |
[공덕역 맛집] 마포소문난원조족발 (0) | 2020.05.16 |
[종로3가역 맛집] 계림 (0) | 2020.05.16 |
[고려대역 맛집] 우정초밥 (0) | 2020.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