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디를 가도 닭한마리 집을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수많은 닭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가끔 닭한마리가 땡길 때가 있다. 근데 어디를 가도 항상 자기네가 닭한마리 원조라고 간판에 쓰여있는데, 도대체 진짜 원조는 어딜까 궁금했다. 그리고 진정 원조 닭한마리를 찾아서 먹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에 있는, 우리나라 닭한마리 시초인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를 방문하게 되었다. 애초에 나정순할매쭈꾸미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할머니 이름이 들어간 집들은 대부분 오래되었고 그만큼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맛집이라고 생각했기에, 한치의 고민 없이 닭한마리를 먹으러 들어갔다.
11시 정도에 도착했으니, 나름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대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입구에서부터 여기는 진짜 맛집이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총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1층에 사람이 다 차서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
사실 다른 닭한마리 집에 가면 닭이 다 잘라서 나오게 되는데, 여기 집은 특이하게도 닭이 통째로 나오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직접 닭을 잘라주신다. 가끔 닭한마리를 먹으면서 이게 진짜 닭한마리인가? 의심을 품은 적도 있는데, 이 집은 그런 의심조차 애초에 배제시킨다. 국물은 처음에는 육수에 파만들어가 있지만, 닭을 잘라주시고 난후에는 따로 주신 마늘을 넣어서 끓였다. 닭 사이에 꼽혀져 있는 저 고구마는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이다.
소스는 본인의 취향대로 만들 수 있다. 본인은 다데기를 세 스푼 정도 넣고, 간장을 적당히 넣었다.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 본래 식초와 겨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냉면 먹을 때도 이 둘을 빼고 본연의 맛 그대로 먹는다. 여기에 추가로 김치는 직접 셀프로 먹을 수 있다고 하여 한 입 먹어봤는데, 완전 푹 익은 김치여서 상당히 신맛이 강했다. 사실 생으로 먹기에는 많이 힘든 감이 있고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위 테이블을 둘려보니 김치 자체를 잘라서 닭한마리에 넣은 다음에 국물과 같이 먹는 사람들도 대거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도전은 하지 않았다. 우선 닭한마리 본연의 맛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이 집의 별미는 떡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 떡사리를 추가하니 정말 많이 넣어주셨는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다가도 막상 떡이 다 익고 먹어보니 어느샌가 떡이 모두 사라져있었다. 떡이 상당히 쫀득하고 포실했는데 과장을 좀 첨가해 근래 먹은 떡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사실 국물 자체가 되게 맑고 깔끔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첨가물 없이 떡이 맛있었다는 의미는 떡 자체에 맛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떡사리를 하나 더 시키고 싶었지만, 닭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바로 닭을 집어 들고 먹기 시작했다. 닭은 평소에 우리가 먹는 그 맛이고, 느낌 탓인지는 몰라도 양이 상당히 많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집에는 닭을 푹 끓인 육수가 너무 깔끔했는데, 국물 맛이 과하지 않고 속이 상쾌해지는 맛이었다. 다른 닭한마리 집과의 차이점이라면 첨가물을 많이 넣지 않고도 깊은 맛을 내었다. 괜히 닭한마리 원조가 아니라고 느꼈다.
닭한마리에는 빠질 수 없는 칼국수이다. 이번에는 도전하는 느낌으로 김치를 잘라서 국물에 넣고 칼국수와 함께 끓였다. 칼국수는 역시 투명할 때까지 끓인 다음에 먹었다. 면 자체가 역시 쫄깃하고, 아까 그렇게 신맛이 강했던 김치를 국물과 함께 끓이니 신맛이 조금은 중성화되었기 때문에 먹을만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직은 신 김치의 맛이 본인에게 낯선듯하다. 이 맛을 지속적으로 먹다 보면 참된 맛을 알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본래 닭 육수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것이 더 좋아 보일 듯하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김치를 넣지 않고 맛을 봐야겠다.
메뉴판을 계산할 때야 비로소 확인했다. 닭한마리에 25000원이 조금 과한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보통 식당에서 먹는 닭한마리보다는 조금 가격이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조 닭한마리를 먹는데 이 정도 가격은 별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든든한 한 끼를 먹었기 때문에 오늘도 행복한 마음을 안고 문 앞을 나서게 되었다. 닭한마리 골목 바로 옆에 생선구이 골목이 있었다. 다음에는 생선구이를 먹으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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