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경의선 숲길을 따라 조깅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신촌 집에서부터 경의선 숲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공덕역 앞에서 마무리되느 것을 볼 수 있다. 근래 무언가를 먹는 데에서 오는 행복감이 최대치를 달성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새로운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도대체 이곳엔 어떤 음식이 맛있을까부터 고민하게 된다. 마침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공덕에서 만나자고 제안하였고, 그렇게 공덕에서 모임을 갖기로 하였다.
공덕에는 무엇이 유명한가 찾아보았더니, 족발 골목이 나왔다. 요즘 따라 시장이나 골목으로 끝나는 장소에 오래되고 유명한 맛집을 찾는 재미가 붙었는데, 공덕에서의 저녁은 그런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7시경 친구들과 함께 족발 거리로 들어가는데 시장 한편에 족발집들로 꽉 찬 골목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족발의 냄새가 풍겨왔다.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모든 사장님들이 밖으로 나와 서비스를 많이 줄 테니 본인 가게로 오라고 어필하신다. 이러한 풍경도 참 오랜만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 너머로 많은 사람들이 족발과 함께 오늘 있었던 회포를 푸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대부분 회사원들이나 필자처럼 친구들로 가게가 가득 차있다. 처음 오는 장소였지만, 이미 온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니 어서 빨리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중 우리가 앉은 곳은 별관이 아주 많이 있는 마포소문난원조족발이었고, 별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기를 선택한 것이다.


대학 친구 5명이 모인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한 친구가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온 후, 그 친구가 1달 정도 자가 격리하고 나서 모두 같이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의 일상을 공유하느라 메뉴판은 찍지 못하고, 그냥 우리끼리 알아서 일반 족발과 매운 족발을 반반씩 시켰다. 한 4만 2000원이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아주머니께서 반반은 한 3인분 양이라고 하셔서 더 시킬 것 있냐고 여쭤보았는데, 그리 배는 고프지 않아서 우선 이따가 더 시킨다고 말씀드렸다.


돼지의 발을 뜻하는 족발은 중국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저번에 '[동천역 맛집] 강원도 막국수'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국수는 장수를 대표하는 음식인데, 족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생일날에 상차림에 족발과 국수가 자주 올라왔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는 왜 족발에는 항상 막국수가 따라오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집에서는 막국수를 따로 팔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족발이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충동 왕족발을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면 재미없으니, 다음번에는 장충동 쪽에 족발 집을 찾아가야겠다. (빠른 시일 내에 가야겠다.)
어쨌든 족발 하면 쫄깃한 식감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은데, 이는 닭발과 같은 느낌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족발을 많이 좋아하는 이유는 그 쫄깃함과 더불어서 살코기도 같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일반 족발에서의 맛의 차이는 그리 많이 나지 않는다. 단지 얼마나 더 쫄깃하고 살이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냐가 중요한 것 같은데, 여기 마포소문난원조족발에서는 그 두 가지 조건에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족발을 제공한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핵심은 매운 족발이라고 생각한다. 술안주로 제격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여기 매운 족발을 먹으면 왠지 모르게 술을 한 잔 마시고 싶어질 것 같다. 매콤함의 정도가 아주 적당하고, 그리 자극적이지도 않으며 입맛을 돋운다.


워낙 좁디좁은 골목에 여러 족발집이 있다 보니, 여느 시장처럼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각 음식점마다 고객들을 끌어들일 때 본인 가게만의 서비스로 유혹을 하는데, 이 집은 서비스로 순대와 해장국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 과도한 경쟁은 오히려 이득이 되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사실 순대가 맛있어서 다 먹고, 혹시 몰라 아주머니께 리필이 가능하냐고 여쭤봤는데, 또 한 그릇 가져다주신다. 그렇게 순대를 두 그릇 먹었고, 해장국도 먹다가 좀 식었다 싶으면 다시 데워주신다. 이런 게 바로 시장 인심인가 생각하며 서비스를 두둑하게 배로 집어넣는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4시간이 지났다. 오늘도 다시 공덕 족발 골목이라는 장소에 추억 하나를 묻어놓고 가는 것 같다. 나중에 이곳을 다시 찾아온다면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오늘이 생각나겠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음식은 그 맛을 토대로 어떤 사람들과 와서 어떤 추억을 만들고 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서울 내 시장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족발 골목에서 먹은 이 족발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맛집으로 기억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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