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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2 리뷰] 고독한 가장과 가족

영화 대부를 보고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속편, 후속작인 대부 2를 보게 되었다. 대부 1도 러닝타임이 3시간 정도여서 단단히 마음 먹고 봐야하는 영화였는데, 대부2는 거의 3시간 30분 가량 러팅타임이 지속되어서 더 단단히 마음을 먹고 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부 2는 전작을 뛰어넘는 걸작이었고, 내 인생 영화 중에 하나로 꼽힐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다. 사실 수많은 영화들의 후속편이 전작에 명성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부 영화만큼은 달랐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1은 상당한 저예산 영화였고,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의 간섭을 많이 받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급으로 흥행이 되었던 대부는 할리우드 영화판 자체를 흔들어놓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그에 힘입어 대부 2에서는 제작사의 간섭없이 오로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색깔을 담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전작인 대부 1에서는 마리오 푸조의 대부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었지만, 대부 2는 그 소설의 일부만 차용했을 뿐, 대부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하고 각색한 영화이다.

출처: 대부 2

 

대부 1 처음 시작할 때 어두운 배경의 말론 브란도가 의자에 앉아 마피아 보스의 포스를 풍겼다면, 대부 2에서는 좀 더 밝은 배경에서 알 파치노가 그 자리를 이어 받는다. 두 장면 모두 밖에서는 밝고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안에서는 어둠의 거래를 진행하는 대조되는 상황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마이클 역의 알 파치노는 이전과 다른 확실한 마피아 보스의 무거움을 보여주고 있고, 사업적으로 점점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 1에서의 돈 비토 클레오네처럼 사람들을 휘어잡는 모습이 대부 2 초반에서의 돈 마이클 클레오네에게는 조금 미숙한 듯 보인다. 그에게 투정부리거나 반발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배신과 암살의 시도도 보인다. 아직 더욱 강해져야만 하는 마이클의 모습이 영화 전반적으로 비춰진다.

출처: 대부 2

 

마이클이 펜탄게리한테 하는 이야기이다. 대부 1에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만큼 최고의 명대사로 뽑히는 '친구는 가까이에, 적은 더 가까이에 둬야 한다.' 이는 아버지인 비토 클레오네가 아들 마이클 클레오네에게 전했던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본다. 원래 적은 멀리하고 친구는 가까이에 하라고 알고 있는데, 비토 클레오네가 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적을 더 가까이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본인에 대한 확신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적이 가까이 있어도 그에게 무너지지 않을 자신. 가까이에서 적을 관찰하고 준비하겠다는 것과 동시에 본인이 먼저 적을 무너뜨리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아닐까. 이 대사만 보더라도 클레오네 패밀리 수장들의 자신감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출처: 대부 2

 

사실 이 영화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영화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이 교차 편집이다. 이 영화는 현재 마피아 조직의 보스로써 살아가고 있는 마이클과 과거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마피아 조직을 만들었던 비토, 두 인물의 이야기이다. 인물 각각의 스토리를 따로 보여주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교차편집을 이용하여 두 사람의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가는 장면이 매우 자연스럽고, 각 장면마다 두 인물을 비교, 대조하는 느낌이 들었다. 비토 클레오네의 어릴 적 모습을 연기한 배우는 그 유명한 로버트 드 니로다. 로버트 드 니로의 어릴적 모습은 또 대부 2를 통해서 처음보는데, 참 멋있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그리고 이 전 대부 1에서 말론 브란도의 그 목소리를 로버트 드 니로가 똑같이 재연한 것을 보고 또 깜짝 놀랏다.

출처: 대부 2

 

출처: 대부 2

 

이전부터 비토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당시 그 지역에서 보스 위치에 있었던 파누치를 상대할 때도 도저히 거절 못할 제안을 하겠다는 포부를 보여준다. 누군가와 거래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미 미래에 조직의 보스가 보일 수밖에 없다. 거래가 끝난 후, 파누치를 암살하러 가는 비토의 모습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아 수많은 암살 장면들이 이 영화를 오마주했구나' 하는 생각일 들만큼 완벽하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었다. 물론, 암살 장면도 상당히 인상 깊었지만, 그 배경에도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대부 2 영화는 1900년대 중후반의 시대상을 아주 잘 표현한다. 초반에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마피아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여기 이 장면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다. 이탈리아 신부가 성체를 들어올리는 장면에서 뒤에 예수를 보면 돈다발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성체를 나눠주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돈을 낸다. 흡사 예전 종교 개혁이 있기 전에 면죄부를 사고 파는 장면도 생각난다. 아마 이 장면은 미국식 자본주의에 물든 이탈리아를 보여줌과 동시에 비토 클레오네가 이 미국사회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출처: 대부 2

 

출처: 대부 2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마이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본인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차없이 죽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강해지는 그의 모습과는 달리 가족을 하나 둘 잃어간다. 처음에는 본인의 아기를 잃고, 아내를 잃고, 가장 믿었던 형 톰과도 관계가 서서히 깨지고, 마지막에 가서는 형 프레도를 죽이기까지 한다. 분명 그는 클레오네 가문을 유지시키고,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의 가까운 가족을 잃고만다.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고독해지는 마이클의 모습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마이클의 모습은 교차되어서 보여지는 비토와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비토는 암살에 성공한 후, 본인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지만, 마이클은 혼자 의자에 앉아서 고뇌에 잠긴다. 두 사람 모두 사업적으로 성공했지만, 한 사람은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다른 한 사람은 혼자 남겨졌다.

출처: 대부 2

 

많은 사람들이 권력, 부, 명예 중 무엇을 갖겠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어떤 사람은 권력을, 어떤 사람은 부를, 어떤 사람은 명예를 추구한다. 극 중에 마이클은 권력, 부, 명예를 모두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왜 그의 뒷모습은 고독해보일까? 모든 사람들이 살아 생전에 추구하는 모든 것을 가진 그이지만,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면서 살아가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를 진정으로 고독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다. 위로 올라갈수록, 그는 권력, 부, 명예를 가져가지만 그럴수록 그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잃어간다. 행복은 무엇일까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세상은 물질주의적인 접근을 한다. 권력, 부, 명예를 얻으면 행복을 가질 수 있는 것마냥 사회가 만들어진다. 저번에 리뷰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항상 그렇게 사회가 원하는 것을 가진 사람들은 막상 주위 사람들을 잃고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극 중에서 많이들 보여준다. 과연 무엇을 포기하면서까지 권력, 부, 명예는 얻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물론, 이 모든 것들을 가지지 못한 자가 하는 헛된 망상일지도 모른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이 모든 것들을 경험한 사람들만 알 수 있겠지. 하지만, 대부 2에서는 세상은 권력, 부, 명예를 꿈꾸며 사람들이 상상하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하는 듯하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이다. 어서 빨리 대부 3를 봐야겠다. 그리고, 그걸 보면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최근에 같이 나왔던 아이리쉬맨도 챙겨봐야지. 명 배우들에 빠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