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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리뷰]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영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사실 필자도 들어보기만 하고, 한 번도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계속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그동안 러닝타임이 대체적으로 긴 영화만 보다가 가볍게 볼 수 있는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를 보았더니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본인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나저나 앤 해서웨이는 어느 영화에서나 다 이쁘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패션에 관심 없는 여자가 경력을 쌓는 느낌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의 비서로 일하는 이야기다.

 

출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앤디에게 패션 업계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자리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절실하지도 않고, 그저 미란다라는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자신을 힘들게 하는데 불평한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거기서 이간자만이 그것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얻은 후에도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고, 그렇게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게 사회가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그런 경쟁에 지쳐 포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끝까지 경쟁하여 살아남는다. 이런 사회에 처음으로 내던져진 앤디는 마냥 힘들기만 하다. 하지만, 마음을 다 잡고 자신을 변화시키기로 한다. 본인을 사회에 맞추기로 결심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악착같이 살아서 결국에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때마다 내린 결론은 적어도 해보는 데까지 해보는 것이었다. 경쟁이 힘들더라도 포기하는 것보다 우선 이겨보자고. 그렇게 수년을 살아왔다. 나는 그리고 나름대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앤디처럼 어디가 나에게 맞는 일인지는 잘 파악하지 못하였다. 영화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앤디는 어떻게 성장을 하는지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출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우선 앤디는 본인의 겉모습을 바꾼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데 기본적으로 옷을 패셔너블하게 입어야하지 않겠는가. 이게 앤디가 겪는 가장 중요한 변화인 듯하다. 66 사이즈 따위는 없는 패션 업계. 44나 55로만 사이즈가 나온다고 한다. 날씬함을 기본 전제로 깔고 간다. 사실 패션 업계가 아니더라도 외모는 상당히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말하고는 하는데, 아마 외면을 가꾸지 않는 사람들의 변명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요즘 너무 많이 느낀다. 상대방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떻게 내면을 알 수 있겠는가. 외면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외면을 가꾼 사람과 아닌 사람은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난다. 내면은 나중에서 보여줘도 된다. 그러면 나는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외면도 가꾸지 않은 사람은? 최악이다. 그리고 그 최악의 사람이 나인 것을 깨닫고 있다. 힘들다는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고, 귀찮다는 핑계로 옷을 아무렇게나 입는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지 않을까? 나의 매력적인 내면을 보여줄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셈이다. 사실 극 중에서도 앤디는 패션을 바꾸자마자 주위에서 보이는 시선이 달라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본인이 자신감이 생기면서 일을 잘하게 된다. 요즘 내가 자신감이 떨어지는 이유가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뭔가 내가 가진 게 없어 보이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보이는 게 다 이런 외적인 요소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운동을 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사실 꾸준히 하는 것을 성공하지는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겉모습을 가꿔야 한다는 자극을 받았다. 이번에는 부디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데.

 

 

출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원래 미란다의 첫 번째 비서였던 에밀리 대신 앤디가 지상 최대의 패션쇼 파리쇼에 가게 된다. 앤디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경쟁 사회에서 이긴 사람이 더 좋은 곳을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저런 일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일이 많아질수록, 그 사람은 더욱 냉철해지고 감정이 무뎌지는 듯하다. 앤디를 보면 딱 그러하다. 이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닐까? 여기서 앤디가 잘못한 일은 결국 일을 너무 잘한 것뿐이다. 앤디는 절대 안 될 일도 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내가 상사여도 앤디를 데려가지 에밀리를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능력이 인정받는다는 것. 그것은 본인을 더욱 성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지속될수록 앤디는 남자 친구와 사이가 점점 나빠지고 예전 자신의 모습을 잊어버린다. 예전에 본인이 어울리던 친구들과 더 이상 어울리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집중한다. 계속 앤디는 앞으로 나아간다. 성공을 위해. 돈을 위해.

 

출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출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마지막 차 안에서의 명장면이다. 앤디은 결국 본인이 그렇게 싫어하던 미란다의 모습을 닮아간다. 미란다가 자신의 자리를 위해서 동업자인 나이젤의 뒤통수를 친 것은 앤디가 에밀리 대신 파리쇼에 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앤디는 미란다의 선택만을 나쁘다고 생각한다. 둘은 결국 경쟁에서 이기는 것, 올라가는 것을 택했다. 거기서 미란다는 가족을 잃었고 앤디는 친구를 잃었다. 앤디는 여기서 본인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미란다와 같은 삶을 원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그녀와 같은 삶을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란다에게 이게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면요? 하고 묻지만, 미란다의 대답은 너무 자명하다. '웃기지 마. 누구나 이런 삶을 원해.' 맞는 말이다. 세상 누구나가 미란다 같은 삶을 원한다.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수백억 대의 자산가. 부, 명예, 권력. 세상 모두가 그런 삶을 원한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올라는 데에만 집중한다. 여기서 앤디는 비서를 그만둔다.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다.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 본인이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러 간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누구나가 평범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 당연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고,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기 원한다. 근데 여기서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행복한 삶이 있다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느샌가 사회 통념상으로 돈이 행복을 대체하게 되었다. 나도 항상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서 나도 빨리 돈을 벌어야 해. 조급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조급함을 뛰어넘어 본인이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하는지를 찾으면, 비로소 나는 내가 가는 길이 옳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느낀 거는 앤디는 분명 패션업계의 일은 누구보다 잘하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예전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앤디를 보면서, 저렇게 사는 게 맞지! 라고 공감한다. 그런데, 참 그런 일을 찾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의심도 떨칠 수 없다. '과연, 저렇게 일을 그만둔 앤디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여러모로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영화다. 가볍게 보고 싶었는데,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

 

출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일을 잘하면 어디서든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건 기본 요소로 깔고, 진짜 좋아하고 잘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찾아보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조급함만 조금 내려놓으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