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동 하면 쭈꾸미가 생각난다. 용두동 골목을 들어가면 쭈꾸미 거리가 있을 정도로 쭈꾸미 가게가 정말 많이 보인다. 이 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나정순 할매 주꾸미 집을 또 한 번 방문했다. 자주 가는 곳인데, 3월도 되었고, 봄 제철음식인 쭈꾸미를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집은 용두역에서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용두동하면 이 집이 생각나기 때문에 편의상 용두역 맛집이라고 하겠다.

용두역에서 좀 나와서 걷다보면 호남식당이라고 큰 간판이 보이는데, 여기가 나정순 할매 쭈꾸미다. 저녁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항상 기다리는 편인데, 오늘은 점심에 가서 그런지 줄을 서지는 않는다. 워낙 잘되다 보니 옆에 별관도 있다. 거기도 좌석이 충분히 있지만 주말만 되면 본관 별관 모두 붐빈다. 안에 들어가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된다.

도착해서 그냥 안내해주신 자리에 앉으면 인원 수대로 알아서 쭈꾸미가 세팅되어서 나온다. 아마 10초도 안 걸릴 정도로 빠르다. 약간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쭈꾸미를 찍어낸다. 미리 양념된 쭈꾸미를 사람 수에 따라 준비해놓고 앉기만 하면 바로 불을 켜고 쭈꾸미를 올려준다. 그리고 여기에 천사채와 깻잎을 세팅해준다. 옆에 통을 열어보면 마늘이랑 당근이랑 이것저것 있는데, 딱히 집게도 없다. 그냥 숟가락으로 알아서 푸면 된다.

여기 쭈꾸미를 진짜 맛있게 먹는 방법은 중앙에다가 마늘을 몇 숟가락 퍼서 같이 볶는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사실 본인도 처음 갔을 때는 잘 몰랐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다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그다음부터는 쭉 이렇게 해서 너무나도 맛있게 먹고 있다. 저렇게 마늘을 올려놓고 숟가락으로 가끔 저어주면서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뒤늦게 메뉴판도 확인한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져다주는 게 익숙해져서 메뉴가 뭐 있는지도 까먹었다. 사실 알 필요도 없다. 그냥 쭈꾸미가끝이다. 1인분에 12000원. 가격이 조금 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장담할 수 있다. 쭈꾸미의 효능을 조금 읽어보자면 피로 회복에 좋단다. 졸릴 때는 쭈꾸미를 먹어야겠다.

이제 다 됐다. 너무나도 탱클탱글한 쭈꾸미가 완성되었다. 먼저 쭈꾸미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한젓가락을 한다. 너무 맛있지만, 한 젓가락 더 먹으면 그 때부터 맵다. 사실 매콤한 것보다 매운 쪽에 가까운 쭈꾸미다. 맛있게 매운맛의 정석이다. 그래서 쭈꾸미만 계속해서 먹게 된다면 혀에서 약간의 통증과 마비가 올 수 있다. 그래서 본인은 항상 이 집에 올 때마다 공기밥을 시킨다. 깻잎에 밥과 쭈꾸미 천사채를 넣고 먹으면 완벽한 맛이다. 매운 맛을 밥과 천사채가 중화시켜주면서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쭈꾸미 중 최강의 맛이 나게 된다. 참고로 이 집은 밥을 주문해야만 된장국도 같이 주니, 혹여 공기밥을 시키지 않고 다른 테이블을 보며 '왜 나는 저거 안주지?'하지 않길 바란다. 이건 진짜 중독되는 맛이다. 왠만해서 맛있는 음식은 먹고 좀 시간이 지난 후에 찾아가게 되는데, 나는 매운 게 땡길 때마다 여기 나정순 할매 쭈꾸미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이다.

마무리는 역시 볶음밥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볶음밥 중 단연 최고이다. 분명 여기 쭈꾸미 양념은 마성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거기에 김과 참기름을 듬뿍 뿌려주기 때문에 더욱 감칠맛이 난다. 한두 바퀴 정도 둘러주신다. 보통 쭈꾸미와 밥을 먹으면 배불러서 볶음밥은 먹지 않거나 그냥 1인분만 시킨다. 하지만, 나는 여기 방문할 때마다 꼭 2인분씩 시킨다.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는 마음으로 먹는다. 여기까지 먹으면 완벽하다. 쭈꾸미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하지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사람한테는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본인이 그냥 어느 정도 매운 걸 먹는다 싶으면 꼭 와야 하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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