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4가역 4번출구에서 나와서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다보면 우래옥이 나온다.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될 만큼 유명한 맛집이며, 70년이 넘은 전통의 맛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평양냉면은 1940년대 '서래관'으로 부터 시작되었고, 그 바로 뒤를 이은 것이 바로 '우래옥'이다.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평양냉면 명가라고 불리고 있다. 평양냉면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평양 사람들이 즐기던 겨울 음식이다. 본래 평양냉면은 동치미국물을 베이스로 고기 육수를 섞어 만든 메밀국수이다. 이전 '[동천역 맛집] 강원도 막국수' 에서 소개해드렸듯이 평양 냉면은 메밀국수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대게 즐겨 먹는 냉면과 달리 뚝뚝 잘 끊어진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보통 우리는 냉면을 먹을 때 가위로 잘라서 먹는데, 북한에서는 면의 길이가 곧 수명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냉면을 가위로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메밀만으로 면을 만들었을 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냉면 특유의 탄력성과 쫄깃함이 느껴지지 않기에, 이에 전분을 추가한다고 한다. 여기 우래옥은 평양냉면 입문자가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작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필자도 이 곳을 방문했다.
내부의 첫 느낌은 고급진 한국 전통 음식점 같았다. 공간도 상당히 넓고 2층까지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깔끔하다는 느낌을 준다. 평일 점심 즈음에 갔는데도 사람이 꽤 있었다. 대기하는 사람도 한 두 팀 더 있었는데, 공간이 워낙 커서 그런지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2층으로 안내를 받아서 올라갔다.
고기도 파는데, 가격이 좀 있는 편이다. 바로 다음 장으로 넘기고 오늘의 메뉴인 냉면을 살펴본다. 다른 메뉴들도 맛있어 보이지만, 평양냉면 집에 왔으니 전통평양냉면 하나와 전통평양비빔냉면을 시켰다. 14000원이니 냉면 치고 다소 가격이 있는 편이지만,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주문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와인을 시키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메뉴판 뒤쪽을 보니 주류에 와인이 있는 것도 조금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과연 냉면에 와인이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쯤은 시도해 볼만한 조합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필자는 와인을 시키지 않았다.
고명으로는 무, 배, 배추김치, 그리고 소고기 편육이 올라가 있다. 우선은 오로지 냉면만을 맛보았는데, 역시 평소에 먹는 냉면과는 사뭇 다른 맛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약간 밋밋하다면 밋밋할 수 있다. 하지만, 면 자체 만으로 상당히 시원한 느낌을 주고, 고기 육수가 잘 배어있다. 항상 따뜻한 고기 육수만 먹어와서 그런지 차가운 고기 육수는 신선한 맛이었다. 처음 먹을 때는 잘 몰랐지만, 계속 먹어보니 나름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면과 함께 고명을 같이 먹으니 풍미가 더 살아났다. 특히 고기와 냉면의 조합이 완벽했다. 보통 평양냉면은 첨가물을 넣지않고 본연의 맛을 즐겨야 한다고 하는데, 뭐 개인의 취향이니 옆에 비치해놓은 겨자나 식초를 첨가해도 괜찮다. 본인도 반 정도 넣고 한번 첨가물을 넣어봤는데, 맛이 다르긴 하지만 본연의 고기 육수 맛은 강하게 남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아무것도 넣지 않고 먹는 게 가장 맛있었다.
사실 필자는 물냉면보다는 비빔냉면을 자주 먹는 편이다. 양념이 되어 있는게 항상 더 끌리는 이유는 자극적인 맛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물냉면보다 비빔냉면을 먹을 때 더 많은 기대가 되었다. 한젓가락을 하는 순간 '맛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비빔 냉면을 먹어왔지만,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맛있는 음식은 또 처음이었다. 밑에 조금 깔려있는 고기 육수가 풍미를 더해주었다. 물냉면과 같이 비빔냉면도 음식 자체에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가격이 냉면치고는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면의 양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끼며, 비싼 가격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평양냉면 본연의 고기 육수가 진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전통평양냉면을, 양념이 첨가된 색다른 맛을 먹고 싶다면 전통비빔냉면을 추천한다.
다음에는 우리 나라에서 유명한 냉면 다른 냉면집도 방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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