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대부를 보았다. 이토록 완벽한 영화를 지금까지 어떻게 안 볼 생각을 했는지 자신이 한심하다가도, 지금까지 안 보고 기다렸다가 이렇게 큰 울림을 안겨준 자신에게 감사하다. '대부'는 갱스터 영화의 진짜 대부라고 불릴 수 있는 영화였다. 누아르적인 몇몇 요소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누아르 영화보다는 갱스터 영화가 더 맞는 듯하다. 영화 초반의 어두운 배경은 분위기를 압살 한다.
감독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이미 그는 '대부'라는 걸작을 태어날 때부터 만들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 할리우드에는 1970년대를 풍미했던 4명의 Movie Brats가 있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마틴 스코세이지, 그리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였다. 이들이 만든 영화들이 거의 그 시대를 나타낼 만큼, 영향력이 큰 감독들이었는데,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아마 모두 학력이 좋고 영화와 관련된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California State College, Long Beach에서 영화학을, 조지 루카스는 University of South California에서 예술학을, 마틴 스코세이지는 New York University에서 미술학을 전공했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UCLA Film School에 다녔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이 '대부'로 시대를 풍미했고, 그로 인해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감독이 되었다. 대부 다음으로 유명한 영화는 '지옥의 묵시록'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꼭 챙겨봐야겠다. 최근에 코폴라 감독이 '마블 영화는 비열하다'라고 말해서 이슈가 된 바가 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영화계의 거장으로 자리했던 그가 이런 말을 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본인도 마블 영화를 거의 모두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의 생각이 이해가 안 되진 않는다. 그의 영화 '대부'는 본래 마리오 푸조가 쓴 동명의 소설을 만들었고, 약간의 각색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대부는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마피아들의 이야기이다.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제 2차 세계대전에 무솔리니가 이탈리아 정권을 잡으면서, 지하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던 마피아들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때 실제로 이들은 미국으로 도망을 가게 되면서 새로운 곳에서 마피아 활동을 시작한다. 실제로 그중 널리 알려진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법한 시카고 마피아의 보스였던 알 카포네이다. 영화 속에서도 5개의 마피아 조직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돈 클레오네 가는 정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등 꽤나 힘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마피아 조직이 '마피아'라는 이름을 쓰는 것을 원치 않아 '패밀리'로 변경해서 사용했는데, 영화가 개봉한 후에 반응이 너무 좋자, 마피아들이 이 영화를 보려 다녔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대부라는 말은 본래 천주교에서 유래한다. 천주교 신자들은 의무적으로 세례를 받는 의식이 있는데, 이때 남자아이들은 천주교 내에서의 아버지, 여자아이들은 천주교 내에서의 어머니를 필요로하게 되고, 각각 대부, 대모라고 불린다. 그래서 영어로 Godfather인 것이다. 극 중에서 돈 클레오네의 혈연은 소니와 마이클뿐이지만, 톰과 프레도 역시 아들이라는 의미는 이 둘이 대자 Godson이라는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마이클의 아이도 세례를 받는 장면이 나온다.
등장인물은 딱 두 명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돈 비토 클레오네 역을 맡은 말론 브란도와, 마이클 클레오네 역을 맡은 알 파치노. 속설로 대부 제작사는 말론 브란도가 돈 클레오네 역할을 맡는 것을 싫어하였지만, 즉흥연기의 귀재였던 말론 브란도가 오디션에서 양쪽 볼에 휴지를 넣고 돈 비토 클레오네 역할을 하는 것을 본 코폴라 감독이 그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극 중에서 돈 클레오네는 세상 그 누구보다 멋있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다. 이 두 사람의 인연은 '지옥의 묵시록'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이 영화를 한 번 더 볼만한 이유가 생겼다. 극 중에서 돈 비토 클레오네는 클레오네 패밀리의 대부이다. 그는 세상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시한다. 그는 그의 패밀리를 사랑하고 아낀다. 그의 첫째 아들 소니가 죽었을 때도, 분노하지 않고 아들은 죽인 다른 패밀리에게 복수를 하는 대신 그들과 화해를 한다. 혈연의 아들을 잃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단체를 유지시키기 위한 그의 모습이 멋있게만 보인다.
'가족 안 챙기는 남자는 진정한 사내가 될 수 없어.' 남자가 할 수 있는 말 중에서 이보다 멋있는 말이 있을까 싶다. 영화를 통해 마피아라는 조직을 너무 미화했다는 평도 있다. 물론, 본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저지르는 범법행위가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세상 그 어떤 무엇보다 가족을 중요시하는 이들의 삶을 보면서 배워가야할 것도 많다는 생각이 있다. '의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나타내는 영화이다. 요즘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져만 간다. 이혼율을 급격하게 늘어나고, 출산율은 급격하게 줄어들며, 1인 가구가 트렌드인 그러한 사회이다. 명절에도 대가족이 모이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어가며, 자식들이 부모님을 뵈는 횟수도 줄어든다. 물론 본인도 현재 자취를 하며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있고, 부모님을 찾아뵈러 집에 자주 들르지도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가족이라는 단어 사이에 선이 그어진 것만 같은 세상이다. 돈 클레오네를 보면서 가족이 가져야 할 어떤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가족 일을 내 일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만큼은 내가 챙기는 것처럼.
이어지는 명대사의 향연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거야.' 대부로써 자신의 아들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의 태도를 어떤 방식으로든 바꾼다는 말이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도 돈의 제안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 있었다. 협상을 잘하는 사업가라면 아마 돈 클레오네와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나 싶다. 배짱이 있고, 존재만으로 위압감이 느껴지고, 거기에 품위가 깃들여진 사람. 말에 힘이 실린다는 말이 들어맞는 사람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어떻든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든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돈 클레오네라면 분명 북극에서 아이스크림을 팔 수 있고, 사막에서 히터를 팔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자신감이 꽉 차 있고 본인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언가 일을 할 때, 누군가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든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남자가 봐도 멋있다. 대부를 촬영할 당시 알 파치노는 그렇게 유명한 배우가 아니었다고 한다. 최근 세월이 빗겨간 알 파치노의 모습만 보다가 젊을 때 그의 모습을 보니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이 영화로 알 파치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위 사진은 돈 클레오네 자리를 물려받은 마이클의 모습이다. 초반에는 마피아 일 자체를 싫어하여 조직과 잘 어울리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그지만, 아버지가 중상을 입은 다음에 캐릭터가 한 번 바뀌더니, 사랑하는 형과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그의 모습은 완벽한 돈 클레오네로 자리 잡게 된다. 이번에도 가족이 그의 성격과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는 대부의 자리에 오르고, 얼마 되지 않아 다른 마피아 패밀리들의 수장을 전부 제거한다. 물론, 자신의 조직 내 배신자도 처단한다. 아버지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더욱 냉철하고, 확실하다. 적을 남기지 않는 모습이 왠지 모를 쾌감을 주었다. 주로 영화에서 '아, 얘는 살려두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꼭 그 살아난 사람이 주인공의 등에 칼을 꽂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봐왔다. 마이클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모두 처리한다. 한 편으로는 용서와 자비가 없는 사람이라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결단력이 있는 리더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마지막에 마이클은 자신의 형을 죽게만들었던 여동생의 남편 카를로를 죽인다. 그리고 일에 관하여 절대 묻지 말라던 마이클이 아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질문할 기회를 준다. 아내가 카를로를 죽였냐고 묻자 마이클은 'NO'라고 대답한다. 그 후 마이클은 진정한 대부에 등극하게 된다. 이 장면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선 아무리 조직의 대부라 할지라도, 조직 내에 배반자는 무조건 처단한다는 점. 그게 자신 친동생의 남편일지라도. 그리고 그 속에는 자신의 형에 대한 분노가 깃들어있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극 중에서 처음으로 화를 내고 거짓말을 한다. 본인의 위치가 주는 압박감이었을까? 자세하겐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마이클은 본인의 아버지보다 더욱 냉철하고 자비 없는 대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빨리 대부 2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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