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를 하면서 예전보다 많은 음식점을 방문하게 된다. 주 활동 지역과 거리가 있는 곳이라도 맛있는 음식점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간다. 사실 나는 맛있는 음식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지만, 요즘 음식을 자주 먹으러 다니면서 확실히 본인의 음식 취향도 알게 되었다. 사실 요즘 한식, 일식, 중식, 양식부터 시작해서 베트남, 태국, 그리스, 브라질 음식도 맛볼 수 있을 만큼 현재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상당히 넓어졌다. 나도 이런저런 음식들을 계속 먹어보았고,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잘 먹었던 편인 거 같았다. 하지만, 요즘 블로그를 쓰면서 시간을 들여가며 음식점을 찾고 전혀 가보지 못한 동네에 음식점까지 가보면서 확실히 본인은 한식을 너무나도 좋아한다고 결정 내릴 수밖에 없었다. 뭐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한식을 좋아하는 게 당연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 음식을 맛보았을 때, 놀랄 만큼 맛있고 배부르고 푸근하게 먹었다고 할 수 있는 음식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항상 맛있는 한식을 먹으면 계속 생각나고 배도 항상 잘 부른 느낌이 든다.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은 제2의 고향이라고 여길 수 있는 중식, 그리고 스시의 본가 일식. 역시 동양인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서 요즘 들어 자꾸 한식만 먹고 다니게 된다. 물론 오늘도 맛있는 한식집을 찾으러 종로3가역 근처 먹자골목에 방문하게 되었고, 골목에 자리 잡은 계림 닭볶음탕 맛집에 들어갔다.

종로3가역에 내리면 눈앞에 떡하니 종묘가 보인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방문하지 않은지도 오래되었구나. 나중에는 종묘도 한번 산책해봐야겠다. 길 건너면 여러 상가들이 즐비하게 있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조그맣게 먹거리 골목이 있다. 간판을 봐도 여러 음식점들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오늘 가볼 닭볶음탕 맛집인 계림 역시 이 골목 안에 있다.

요즘, 이런 골목이 느낌이 참 좋다. 너무 찬란한 도시에만 이따 보니, 가끔 이렇게 옛날 흔적이 푸근하게 남아있는 골목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몰랐는데 50년 전통이라고 한다. 계림이라는 이름은 아마 '닭 계' 한자를 썼겠지? 어디에는 닭도리탕이라고 쓰여있고 또 어디에는 닭볶음탕이라고 쓰여있다. 나도 예전에 닭볶음탕이 우리말이고 닭도리탕은 일본어와 섞인 말이라고 들어서 닭볶음탕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배운 것 같은데, 또 찾아보니 닭도리탕이 순우리말이라는 주장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굳이 조상들이 일본어를 닭 뒤에 써서 합성어를 만들 필요는 없었으며, 도리가 '도려내다'에서 나온 말로 순우리말이라는 것이다. 이는 뭐 언어학자들의 견해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는다. 근데, 닭볶음탕으로 개정된 이름도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든다. 어떻게 볶음과 탕이 같이 있을 수 있겠는가. 볶음이면 볶음이고 탕이면 탕이지. 근데, 사실 닭볶음탕의 경우에는 탕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게, 필자는 조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국물을 최대한 조려서 닭에 스며들게 한 후 먹을 때 진정 맛있는 닭볶음탕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는데, 왠지 이모님 근처에 앉으면 많이 챙겨주실 것 같아서 그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보니 메뉴판에서 조금 떨어진데 앉았고, 본의 아니게 카메라를 줌 하다 보니, 확실히 사진이 조금 흐리게 나온다. 어쨌거나, 닭볶음탕은 인원수에 맞춰서 시키면 되고, 칼국수, 라면사리, 떡사리, 볶음밥 이렇게 메뉴를 시킬 수 있는데, 칼국수와 볶음밥은 둘 중 하나만 시킬 수 있다. 여기서 많은 고민을 했다. 칼국수를 선택할지 아니면 볶음밥을 선택할지. 우선은 칼국수와 공기밥 조합을 선택하였다. 다음에 올 때는 무조건 라면사리와 볶음밥이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공기밥에 닭볶음탕을 비벼 먹고 마무리를 칼국수로 하고 싶었다. 국물이 있는 한식에는 거의 대부분 칼국수가 추가 메뉴로 등장하고, 그 국물이 약간 매콤한 경우에는 어김없이 볶음밥이 등장한다. 어찌 보면 한국인에게 칼국수와 볶음밥은 주메뉴와 떼어놓을 수 없는 그런 궁극의 메뉴가 아닐까 싶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0시까지이다. 그냥 평범한 밥집 같은 영업시간이다. 그리 늦게까지 영업하지는 않는다.

한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닭볶음탕이 나온다. 이 집의 특별한 점은 닭볶음탕 위에 마늘이 크게 한 스푼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이 계림, 이 맛집만의 닭볶음탕 요리 핵심이다. 마늘을 계속 넣고 끓이면 약간의 단 맛이 나게 되는데, 이게 매콤한 국물과 잘 어우러져, 너무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맵지도 않은 최적의 닭볶음탕 국물을 만들어 내는 듯하다. 여기에 추가로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감자와 닭은 기본이고 거기에 떡과 파가 추가된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지만, 떡이 밀떡인데 쫀득한 게 참 나의 취향과 많이 맞아떨어졌다. 순간 충동적으로 떡사리를 추가할 뻔했지만, 앞으로 다가올 다른 맛있는 음식들을 생각하며 참았다. 여기 밑반찬으로는 콩나물국과 깍두기가 나왔는데, 너무 닭볶음탕에 집중하느라 찍지 못했다. 원래 맛집에 오면 깍두기를 먹어보면 대강 이 집의 음식이 어떨지 감이 오는데, 역시나 깍두기 합격이다.

자리에서 바로 보이는 주방과 그 옆 풍경.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모님께서 참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옆에서 이제 떡 먹어도 된다 알려주시고 이제 감자 먹어도 된다 알려주시고 조금 더 졸여야 한다고 알려주시고, 불 조절도 해주시고, 가끔 말도 걸어주시고, 자리 선택이 탁월했다. 참 예전에는 저 선반 위에 라면사리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사 먹지하고 궁금해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없는 생각이었다. 애초에 라면 사리는 이렇게 음식점을 하는 집에게 B2B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국물이 거의 반 넘게 빠질 때까지 끓이다가 '때가 왔다' 하고 혼잣말을 한 뒤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머니가 해주신 닭볶음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줄 알았는데, 어머니께 죄송하지만 오늘 그 생각이 바뀌었다. 왜 여기가 백종원의 3대 천왕에도 나오고 TV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출연한지 알 것 같은 맛이었다. 진짜 매콤한 국물의 정석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감자도 쪼개서 국물과 함께 먹고, 국물이 잘 스며든 닭도 완벽했다. 사실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먹을 때는 그 고기의 품질에 따라서 정말 맛이 천차만별인데, 이는 똑같은 삼겹살집을 가도 어떤 집은 그냥 소금만 찍어도 맛있는 방면 어떤 집은 무조건 쌈장을 찍어 먹어야만 하는 집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닭고기의 경우에는 그냥 그 닭고기 본연의 맛은 어떻게 하여도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닭고기를 정말 맛있게 만드는 요소는 치킨의 튀김이나 이러한 탕요리에서의 양념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닭고기를 먹을 때는 그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를 찾게 된다. 그리고 오늘 제대로 된 닭 요리를 먹게 된 것에 대해 계림 닭볶음탕 집에 감사를 표한다. 정말 맛있고 든든하게 먹었다. 멀리 버스를 타고 왔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은 맛이었다.
거의 다 먹었을 때 즈음, 이모님께서 닭고기를 덜어주시고 육수를 부어서 칼국수를 조리해 주셨다. 역시 자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참 친절하게 잘 챙겨주셨다. 사람이 많아서 그러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너무 감사했다. 칼국수는 역시 완벽히 익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에 기다렸다. 원래 면을 먹을 때는 투명해져야 완벽히 익었다는 건데 나는 약간 설익은 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투명해지기 좀 전에 그냥 칼국수를 집고 흡입했다. 원래 대로라면 어떻게든 사진을 찍었을 텐데, 닭볶음탕과 칼국수에 정신을 팔리느라 찍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다음에 또 방문할 것 같으니까. 그때는 오늘 못 먹었던 음식을 다시 찍어서 올려야겠다.

초면이라 반가우셨을 것 같은데, 아마 곧 있으면 가족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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