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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역 맛집] 엽기꼼닭발

엽기꼼닭발

 

어느 날 보문역 앞에서 신촌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딱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집이 있었다. 우선 외관이 합격이다. 무심하게 문 앞에 화이트보드에 보드마카를 달아 놓는다는 것은 사람이 줄 서서 먹을 정도라는 뜻이고, 그것은 유동인구가 대체로 적은 보문역 주변에서 꽤나 유명한 맛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에도 뒤를 돌아보며 다음에 꼭 닭발 먹으러 오겠다고 다짐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늦은 저녁 몸소 보문역 근처에 지하철을 내린 후 엽기꼼닭발을 방문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수요미식회에도 나온 맛집이었고, 왕십리에 본점이 있는데, 여기 보문점은 직영점이라는 것이었다.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맛있으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엽기꼼닭발

 

메뉴판은 이러하다. 닭발만 파는 줄 알았는데, 그 외에도 꼼장어, 돼지껍데기, 오돌뼈볶음도 판매한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뼈없는닭발과 뼈있는닭발의 가격차이가 1000원 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매운 음식을 파는 음식점답게, 맛 맵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 세 가지가 있다. 매운맛을 못 먹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맵기를 선택할 수 있는 집을 오면 항상 순한맛을 시킨다. 여기서 매운 거 잘 먹겠다고 자존심을 세우며 중간맛 이상을 시키는 순간 후회한다. 이미 많이 경험해봐서 나의 혀가 기억한다. 무조건 순한맛이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원래는 꼼장어와 닭발 1인분씩 시키려 했지만, 기본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보고 우선 닭발 2인분을 시키기로 했다. 어느 정도 배도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주먹밥과 수란탕을 시켰다. 원래, 계란탕이라고들 표기하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수란탕이라고 한다. 그만큼 계란탕에 자부심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시키고 말았다. 하나의 마케팅 전략인가 싶다.

엽기꼼닭발

 

닭발의 효능이 아주 잘 쓰여있다. 한 번쯤 읽어본다. 약간 한국식 맛집을 다니다 보면 그 집이 주력으로 하는 요리에 대한 효능이 나온다. 용두동에 있는 나정순할매쭈꾸미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좋은 음식이니 살 걱정은 하지 않고 마음껏 먹겠다고 다짐한다. 밤 10시가 넘어서 술과 함께 먹는 음식이지만,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 정도의 자기 위안은 필수적이다. 닭발은 닭의 발에서 발톱이 있는 발 끝단을 제외하고 만든 부위로, 닭 하나당 2개밖에 얻을 수 없어 양계 체계가 본격적으로 잡히기 전에는 많이 먹지 못하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닭발의 경우 껍질이 콜라겐과 같은 조직의 단백질이기 때문에 흔히들 우리가 아는 쫀득한 식감을 보유하고 있다. 항상 궁금했던 건 뼈 없는 닭발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건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직접 발라내는 거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뼈 없는 닭발이 탄생하였으니, 감사하며 먹기로 한다.

엽기꼼닭발

 

엽기꼼닭발

 

엽기꼼닭발

 

사이드 메뉴와 밑반찬이다. 정말 훌륭하다. 주먹밥은 대부분의 음식이 그러하듯 김과 날치알로 만들어져있고, 닭발집답게 특유의 매콤한 소스와 깻잎, 부추와 콩나물국이 밑반찬으로 나온다. 부추의 양념이 아주 잘 되어있어서 내가 딱 좋아하는 그 맛이다. 그리고 대망의 수란탕이다. 거짓 하나 보태지 않고 본인이 먹었던 사이드 메뉴의 계란탕 중 가장 맛있다. 간이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계란과 물이 너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어서 너무 텁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물 같지도 않은 완전 최적의 맛이다. 여기에 닭발을 먹으러 오면 무조건 시켜야 한다. 옆 테이블에 힐끗 보니 계란말이를 시켰던데, 푸짐하고 맛있게 생겼다. 아마 이 집은 닭발이 아니라 계란 맛집이 아닐까 의심을 해본다.

엽기꼼닭발

 

그 생각을 하던 찰나 드디어 닭발이 나왔다. 사장님께서 숯불에서 요리를 해주신 다음에 우리 불판에 올려주신다. 이미 한번 요리가 된 음식이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상관이 없다. 하나를 먹은 순간 이게 진정한 숯불 닭발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필자는 닭발을 그리 즐겨먹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여기 닭발은 코를 박고 먹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먹었다. 보통 뼈있는 닭발이나 국물닭발만 먹어서 그런지 닭발을 왜 먹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 집에서 무뼈닭발을 먹으니 완전 생각이 바뀌었다. 쫀득한 식감은 기본이고, 숯불에 아주 잘 구워진 맛에 적당하게 매운맛. 세 가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서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나도 술안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주먹밥이랑 한 끼 식사로 먹어도 될 정도로 좋은 요리이다. 깻잎을 펼치고 주먹밥과 부추와 소스에 찍은 닭발을 함께 먹으면 완벽하다. 사진을 분명 찍었는데 아쉽게도 찾지 못하겠다.

엽기꼼닭발

 

한상차림으로 보면 이러하다. 푸짐하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까 또 가고 싶어진다. 닭발을 어느 정도 먹다가 꼼장어가 너무 궁금해서 꼼장어 1인분을 시켰다. 사장님께 1인분 추가는 가능하냐고 여쭤봤더니 괜찮다고 한다. 그 와중에 주위 테이블에는 항상 콘치즈가 있었는데 우리 테이블은 없었다. 이런 면에서는 항상 용기 있는 나이기에, 혹시 저희 콘치즈는 안 나오냐고 당당하게 여쭤봤다.

 

엽기꼼닭발

 

용기 있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콘치즈이다. 물론 싹싹 긁어먹었다.

엽기꼼닭발

 

꼼장어 1인분이 나왔다. 얼핏 보기엔 적어 보이지만 그래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역시 숯불맛이 강력하다. 양념도 잘 배어있어서, 진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딱 양념꼼장어의 맛이다. 꼼장어도 물론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닭발이 좀 더 머리에 강력하게 남는다. 물론 다시 방문한다면 닭발과 꼼장어를 둘 다 시킬 것이다. 닭발만 먹을 때의 그 심심함을 꼼장어가 덜어줄 수 있으니까. 누구랑 같이 음식점에 오면 무조건 메뉴는 2개 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후회한다. 맛집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음식이 맛있기 때문에.

보문역 근처에 또 방문할 일이 생기면 역시나 다시 한번 엽기꼼닭발을 갈 것 같다. 왕십리에 본점이 있다고 하니, 왕십리에 방문할 때도 갈만한 음식점이 생겼다. 왠지 모르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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