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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역 맛집] 석교식당

요즘에는 지나갈 일이 많이 적지만, 가끔 을지로나 안암에서 버스를 타고 신촌에 있는 학교에 가는 길에 창밖으로 서대문 쪽 풍경을 자주 목격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예전 신입생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5년 전, 대학에 입학한 나는 신입생 모두가 그러하듯이 동아리 활동을 하였다. 그때 당시 이런저런 선택 끝에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고, 내가 예전부터 연주하던 악기는 비주류여서 그런지 해당 파트에 선배들이 상당히 많았다. 내가 나이가 제일 어리고 대부분 몇 학번 씩 차이가 나는 선배님들이었지만, 형처럼 너무 잘 챙겨주셔서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형들과 일주일에 몇 번씩 술자리를 가졌는데, 언제는 한 번 이쪽 서대문역 근처에 있는 곳에 방을 빌려서 1박 2일로 엠티를 갔었다. 그리고 다음날 해장을 하러 가려는데, 형들 중 한 명이 이쪽 영천시장에 진짜 유명하고 맛있는 순대국집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다 같이 서대문역을 지나 영천식당에 있는 석교식당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때 형들과 먹은 순대국이 아직까지도 소중한 기억으로 나에게 남아있다. 여느 때와 같이 서대문역과 영천시장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그때 그 순대국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그 자리에서 버스를 하차한 후, 점심으로 순대국을 먹으러 들어갔다.

석교식당

 

맞다. 그때 그 식당이다. 아직도 여전히 똑같은 위치에 있다. 30년 전통 순대국 맛집인데, 뭐 내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5년 전이니, 그 자리에 있는 게 역시 당연한 일이다. 큰 길가에서도 들어갈 수 있지만, 영천시장 안쪽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영천시장 안쪽에서 순대국 맛집인 석교식당을 보면 밖에서 순대국이 끓여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어느 시장에 가면 보이는 풍경처럼 말이다.

석교식당

 

 

석교식당

 

여기가 진짜 순대국 맛집이라고 느낀데, 웬만한 유명 인사들의 사인이 음식점 벽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 형들과 방문했을 때 보다 더 빼곡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대부분 유명 정치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식당으로 소문이 나있는데, 잘 살펴보면 전 이낙연 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인과 사진이 큼지막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러 사람끼리 순대국 맛집을 오면 항상 인 당 순대국을 하나씩 시키고 따로 순대나 머릿고기를 시키는데, 이번에는 나 혼자 방문했으니 간단하게 순대국만 시키기로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점심인데도 사람이 정말 많이 붐볐고, 낮술을 하시는 분들도 대거 목격할 수 있었다.

석교식당

 

밑반찬은 대략 이러하다. 콩나물, 오이소박이, 깍두기, 열무김치. 순대국이 나오기 전에 몇 젓가락 집어먹는다. 국밥집을 방문했을 때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이렇게 요깃거리를 조금씩 먹는 게 하나의 습관이 된 것 같다. 순대국에 넣어먹을 새우젓, 다대기, 들깨, 소금 등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본인의 취향에 맞춰서 양념을 첨가할 수 있는 것 역시 순대국의 묘미가 아닐까. 그때 당시 형들과 순대국을 먹을 때 누가 순대국에는 무조건 들깨라며 들깨를 거의 한통 부어서 먹는 형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순대국을 먹는 그 순간조차도 재미있었다.

석교식당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이 나왔다. 안에는 뭐 특별한 거 없다 순대국이 기본으로 갖춰야할 것들이 있고 그 위에는 부추가 첨가되어 있다. 뭐 항상 블로그를 쓸 때마다 그랬듯이, 이쯤에서 한 번 순대국의 역사에 대해 얕게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우선 순대는 칭기즈칸의 몽골에서 유래했다. 유목민으로 세계를 정복하였던 몽골인들이 전시음식으로 돼지의 창자에 쌀과 채소를 넣어 말리거나 얼려 먹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순대에 예로부터 자주 국에 밥을 말아 먹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이 합쳐져 순대국밥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경우 순대는 북쪽에 아바이 순대와 남쪽에 피순대로 나뉘는데, 아바이 순대는 돼지 창자에 여러 채소와 곡물을 섞은 형태이고, 피순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형태로 채소나 곡물 없이 오로지 피만 존재한다. 우리가 강원도 속초나 강릉을 방문할 때 항상 먹는 오징어순대는 강원도에 돼지가 귀해 창자 대신 오징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생긴 음식이다. 순대국에도 국과 밥이 말아서 나오는 말아국밥과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이 있는데, 여기는 따로국밥이다.

석교식당

 

따로국밥이건 말아국밥이건 상관없다. 그냥 나오면 바로 공기밥을 넣고 시작한다. 순대국은 항상 기호에 맞춰 먹어야하는데, 본인은 다대기 반 스푼과 들깨 한 스푼에 새우젓을 조금 추가해서 먹는다. 소금은 거의 안 넣는 편이다. 들깨의 고소함이 기본으로 있어야 하고, 순대국을 먹었을 때 얼큰함을 위해 다대기를 추가하며, 약간의 간을 맞추기 위해서 새우젓을 넣는다. 뭐 사실 이런 거 다 상관이 없다. 그저 본인에게만 맛있으면 된다. 석교식당의 경우에는 처음 받았을 때 밥이 좀 적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순대국밥내 내장 등 부속물들이 정말 많이 첨가되어서 한 끼 식사용으로 아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국밥에서 한숟갈을 떴는데, 밥보다 부속물들이 더 많이 잡힌다. 어찌 되었건, 국물까지 깔끔하게 먹은 아주 든든한 점심이었다.

여기 순대국이 정말 맛있고 푸짐하다. 괜히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사실 순대국이 특별하면 얼마나 특별하겠는가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와 같이 먹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똑같은 순대국을 먹었지만 이번에 혼자 순대국밥을 먹을 때는 예전에 형들과 같이 왔었을 때의 그런 맛이 아니었다. 그때 그 시절 동아리 형들과 먹었던 석교식당의 순대국 내가 먹어온 순대국 중 가장 맛있었다. 그건 분명 이 집의 순대국이 맛있어서 였을 수도 있지만, 거기에 추가로 행복했던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가 아닐까. 음식을 먹을 땐 역시 누군가와 같이 먹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맛은 기본 베이스로 깔려야 한다. 다음에 소중한 사람과 또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서대문역 근처 영천시장을 또 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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