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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역 맛집] 칠기마라탕

이쪽 상권은 대부분 안암역 근처에 형성되어 있다. 고려대 학생들도 대부분 누군가를 만날 때 안암역 쪽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여기 고려대역 근처는 음식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본인은 작년에 이쪽 근처에서 일을 하여서, 저녁 마다 고려대역 근처로 나와 음식을 먹었다. 그래서 여기 음식점들은 정말 대부분 다 가본 듯하다. 개인적으로 안암역 보다는 이 쪽에 훨씬 더 맛집이 많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은 집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기적으로 생각나는 집이 있는 데, 그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칠기마라탕이다. 고려대역 6번출구에서 조금만 나와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음식점이 바로 칠기마라탕이다. 고려대학교 정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안쪽으로 들어가도 보인다.

칠기마라탕

지금 사진을 보니까 블루리본에도 선정된 집이다. 간판에도 볼 수 있듯이 마라샹궈랑 마라탕 전문집이다. 사실 여기서 마라탕과 마라샹궈를 둘 다 먹어봤지만, 여기는 진정 마라샹궈 맛집이다. 마라샹궈를 맛본 이후로 마라샹궈만 먹으러 간다. 저번에 '[수지구청역 맛집] 미가훠궈양고기'에서 이야기했듯이, 중국에서 몇 년간 생활을 하고 돌아온 나에게 중국 음식은 무언가 특별하다. 미가훠궈양고기의 훠궈 같은 경우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게 변한 중국 음식 느낌이었다면, 여기 칠기 마라탕은 중국의 맛을 정말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중국식은 아니고, 약간의 한국인의 입맛도 고려한 맛이다. 이 맛에 대해서는 차차 소개해보기로 한다.

칠기마라탕

 

칠기마라탕

 

칠기마라탕

 

마라탕이나 마라샹궈를 많이 먹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해당 음식은 본인이 재료를 담은 후, 고기와 맛을 선택하여 주문해야 한다. 수많은 재료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은 내가 마라샹궈 집을 방문할 때 항상 선택하는 재료들이다. 양배추, 청경채, 건두부, 숙주, 스팸, 소세지, 떡, 메추리알, 중국 당면, 라면사리. 해당 재료들은 대부분 1개에서 2개를 담는다. 떡, 메추리알, 소시지 같이 조그만 것들은 한 4개씩 담는다. 물론 항상 2인 기준이다. 이 집의 진짜 좋은 점은 라면사리가 반씩 쪼개져 있다는 점이다. 사실 마라샹궈에 라면사리는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조합인데, 필자는 항상 이 조합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마라샹궈 먹을 때는 중국당면보다 라면사리이다. 원래 라면사리 통으로 들어가면 양이 많은데, 여기는 라면사리를 반만 시킬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원래 중국식 마라샹궈는 고수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고수는 취향에 따라 담는 것이 맞는 듯하다. 본인은 고수를 대체로 안 넣는다. 그냥 마라의 맛 그 자체로도 강렬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듯, 위에 이야기 했던 재료로만 담아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마라샹궈를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칠기마라탕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마라샹궈는 해당 재료를 거울에 올렸을 때 무게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데, 그 무게가 15000원 이상이어야 주문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항상 15000원에서 오차범위 300원 내에서 움직였는데, 오랜만에 방문해서 감을 잃었나보다. 15600원이다. 아마 메츄리알이나 비엔나소시지에서 약간의 욕심을 부린게 아닌가 싶다. 마라샹궈 이정도 양이면 둘이서 먹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고기를 추가할 수 있는데, 중국음식은 항상 양고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양고기를 주문한다. 가격은 3000원이 추가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맵기를 조절 할 수 있는데, 맵기를 직원분께서 여쭤보실 때 대답을 잘해야한다. '웨이라',중국어로 微辣. 한국어로 어떻게 직역해야 좋을 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약간 매운 맛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밍밍하지도 않은 맵기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 하다. 그냥 직원분께 마라샹궈를 먹을 때 필자는 항상 '웨이라' 라고 말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게 옳다고 항상 생각한다. 오늘은 좀 사치를 부려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공기밥과 이 집의 또다른 별미인 꿔바로우를 주문했다.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행복한 그런 집이다.

칠기마라탕

 

옆을 보면 냉장고에 중국 음료들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 음료수인 빙홍차가 있다. 한자를 직역하면 바로 아이스티이다. 근데, 그 맛은 한국에서 보통 먹는 립톤과 같은 아이스티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다. 조금 더 차의 맛이 강한 복숭아 아이스티이다. 한 번 쯤 맛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사진으로 보면, 두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에 있는 음료가 바로 빙홍차이다.

칠기마라탕

드디어 마라샹궈가 나왔다. 원래 중국어로 마라는 혀가 마비될 만큼 얼얼하게 매운 맛이라는 뜻이고, 샹궈는 솥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마라샹궈는 솥에다가 얼얼하게 매운 맛으로 볶은 요리라고 말하는 게 맞는 표현인 듯 하다. 역시 마라 글자가 들어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저번에 소개했던 훠궈와 같은 사천음식이다. 위에 사진만 봐도 마라샹궈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재료들은 아까 다 설명했기에 넘어가기로 하고, 중간 중간에 자른 고추 같이 보이는 저이 바로 마라의 맛을 낸다. 여기 칠기마라탕에서 먹는 마라샹궈의 핵심은 바로 마늘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한국 대부분의 마라샹궈 집에서 마늘을 볼 수 없었는데, 이 집은 마늘을 같이 볶으면서 새로운 마라샹궈의 맛을 낸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마라 본연에서는 완전 중국의 맛이 느껴지지만, 마늘을 첨가함으로써 한국인 입맛에 최적화된 맛을 내는 듯하다. 맛있는 매운맛. 이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칠기마라탕

 

뭐 다음은 꿔바로우다. 역시나 예전에 소개했던 미가훠궈양고기랑은 또 다른 맛이다. 조금 더 식초의 맛이 강한 것으로 보아, 중국식 꿔바로우에 상당히 가까운 맛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고 약간의 달짝지근함을 추가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췄다. 음, 수치로 표현하자면 지난번에 소개한 훠궈에서 중국의 맛과 한국의 맛의 비율이 6:4 였다면, 여기 칠기마라탕은 그 비율이 8:2 정도 되는 듯하다. 물론 필자는 중국의 맛이 훨씬 강한 음식을 좋아하여 칠기마라탕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지만, 이 역시 취향차이기 때문에 본인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려대역에 오랜만에 방문했다. 예전에는 정말 매일같이 오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찾아오니 감회가 새롭다. 물론 아직 적은 나이지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억이 쌓여가는 골목과 음식점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예전에 자주 방문했었던 그 음식점과 그 골목을 찾아갈 때면, 그 때 그 시절의 감정과 기억이 되살아난다. 바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도, 한번 쯤은 이렇게 과거에 잠시 방문하였다 돌아오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 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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