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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평역 맛집] 더백푸드트럭

사실 본인은 수제버거를 참 좋아한다. 블로그 다른 글들을 보면 상당히 한국적인 음식을 많이 좋아하지만, 주기적으로 먹는 음식은 바로 수제버거이다. 혼자 갑자기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유명한 수제버거 집을 찾아가서 야무지게 먹고 온다. 그냥 프랜차이즈의 햄버거도 좋아하지만, 오늘은 본인에게 상을 줘야겠다 하는 날에는 무조건 수제버거다. 이렇게 수제버거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애석하게도 군대에 있을 때 수요미식회에 수제버거가 나왔었는데, 너무 맛있어 보여서 휴가를 나왔을 때 동기와 함께 수제버거 집을 찾아가서 먹었다. 그리고, 그 길로 수제버거를 먹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렸다. 매 휴가 때마다 수제버거를 먹게 되었고, 전역하고 나서도 혼자 밥을 먹을 때의 메뉴는 무조건 수제버거가 되었다. 오늘 가봤던 집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태원 해방촌 쪽에 더백푸드트럭이다. 사실 이렇게 지하철역에서 많이 떨어진 집을 소개할 땐 항상 딜레가마 생기게 되는데, 이번에는 녹사평역 맛집이라고 소개하려 한다. 그 이유는 사실 이태원 역보다 녹사평 역에서 더 가깝기 때문이고, 녹사평역에서 버스를 타면 한번에 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해방촌은 이태원, 녹사평에서 조금 언덕길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걸어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고, 아니면 남산쪽으로 해서 올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여기는 항상 11시 반에 오픈을 하는데, 사람이 워낙 많은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한 11시 20분쯤에 미리 도착하기로 결심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 역시라고 이미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혹시나 루프탑에 좋은 자리를 놓치게 될까봐 그건 큰 오산이었다. 이미 루프탑에 너무나도 좋은 자리가 많이 있었다.

더백푸드트럭

 

녹사평역에서 시작해서 오르고올라 더백푸드트럭에 도착해서, 11시 30분에 바로 입장했다. 주문을 하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안타깝게도 수제버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메뉴판을 찍지는 못했다... 항상 수제버거를 먹으러 올때는 무조건 그 집에 기본메뉴를 시키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 집의 이름을 딴 더백버거를 시켰다. 수제버거의 진정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그냥 고기, 치즈, 양파, 야채, 토마토가 들어간 기본버거를 먹어야한다. 사실 고기 패티를 한장더 추가할까 했지만, 역시 욕심이라고 생각하여 그냥 기본을 주문했다. 그리고 수제버거의 또 다른 묘미는 두 명에서 갔을 때 서로 다른 버거를 시켜서 반쪽씩 잘라달라하고 나눠먹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다른 메뉴는 뭐시킬까 고민했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단 하나의 메뉴. 쿠반 샌드위치였다. 그냥 망설입없이 바로 쿠반 샌드위치를 시켰다. 이 쿠반 샌드위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아메리칸 셰프에서 너무 맛있을 것 같다고 느낀 바로 그 메뉴이다. 거기 주인공이 푸드트럭으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팔았던 메뉴가 바로 이 쿠반 샌드위치이기 때문이다. 이 음식은 무조건 맛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시켰다. 벌써부터 설레는 기분은 왜일까. 쿠반 샌드위치는 아까 더백버거에서 패티를 추가하지못한 설움을 여기서 고기 추가로 대체했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는 바로 감자튀김이다. 무슨 감자튀김이 있을까 살펴보다가 칠리치즈프라이를 포착했다. 무조건 버거를 먹을때는 칠리치즈프라이를 먹어야한다. 그게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수제버거는 기본으로, 칠리치즈프라이와.

더백푸드트럭

 

이렇게 해방촌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수제버거를 먹는 것 그자체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저기 뒷편으로 서울이 한눈에 보인다. 음식을 먹으면서 눈까지 행복하니, 오감중에서 시각, 촉각, 후각을 만족시킨다. 더 큰 행복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아, 수제버거를 보니 뭔가 글이 자꾸 정신없어진다. 흥분한 것 같다. 바로 음식 하나하나 보도록한다.

더백푸드트럭

 

우선 수제버거다. 역시 반으로 잘라서 나온다. 치즈는 두개의 다른 치즈를 사용한듯하다. 여기까지 깊게 파고들지는 않겠다. 그 정도로 전문가는 아니다. 수제버거를 먹을때 맛이 갈리는 가장 많은 부분은 빵과 패티가 아닐까 한다. 빵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너무 텁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다. 패티는 내가 보통 방문하는 수제버거 집과는 조금다르다. 내가 최근에 방문했던 수제버거집들은 보통 고기의 패티가 두껍고 육즙이 많이 흘렀다. 하지만, 더백푸드트럭은 굽는 정도가 달랐다. 고기가 좀 바삭하게 구워져서 육즙이 흐르지 않고 고기가 좀 덜 두껍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다른 재료들과 더 조화를 잘 이룬다. 사실 패티가 육즙이 많이 흐르게 구어지건 바삭하게 구어지건 상관없다. 뭘 먹어도 맛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식 바삭한 패티가 먹고싶을 때 이곳을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항상 두꺼운 패티를 먹을 때는 입을 크게 벌리고 게걸스럽게 먹어야해서 패티가 하나여도 충분했는데, 이 정도 두께와 굽기면 패티 한장을 더 추가해도 괜찮을 듯하다.

더백푸드트럭

 

쿠반샌드위치다. 사실, 버거보다 이게 더 기억에 남는다. 바삭한 빵과 그 안에 들어가있는 풍부한 고기와 치즈의 조화. 이것이 바로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사람들이 줄서서 먹던 바로 그 쿠반 샌드위치인가 싶다. 이것을 한국에서도 먹어볼 수 있다니 너무 감격스럽다. 버거만 먹으면 너무 식상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수제버거 집에서 새로운 메뉴를 먹으니까 너무 색다르고 조화가 좋았다. 고기를 추가했더니 더 속이 꽉찼고, 여기 들어가 있는 소스가 특이하게도 입맛을 계속 자극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수제버거보다 이 샌드위치에 손이 더 많이 갔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더욱 기억에 남는다.

더백푸드트럭

 

칠리치즈프라이는 언제나 옳다. 버거를 먹을 때 무조건 같이 먹어줘야한다. 모두가 아는 그런 칠리치즈프라이다. 딱히 특별한 맛은 없는 것 같다. 좀 색다른 맛을 느끼려면 메뉴판에 트러플프라이가 있는데 다음에 올때는 그것을 시도해봐야겠다. 만족스러운 수제버거였다. '와 내 인생 최고의 수제버거다' 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수제버거 집을 다니면서, 그 중 기억에 남을 만한 버거집인 것은 확실하다. 이 곳은 버거의 맛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누군가와 루프탑에서 서울이 보이는 뷰를 바라보며 수제버거를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아직도 그 먹을 때의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예전에는 음식을 먹을 때 무엇을 먹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내가 맛있는걸 먹는지 아님 맛없는 걸 먹는지. 시간이 지나니, 음식을 먹을 때는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결국 어떤 음식을 먹건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서 그 집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그 생각을 깨는 또 다른 음식점이 나왔다. 바로 어디서 먹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진짜 색다른 곳에서 먹으면 그곳 역시 기억에 남는다. 오늘 그래서 녹사평역, 이태원 해방촌에 더백푸드트럭은 내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뷰가 너무 좋은 곳에서 맛있는 수제버거를 먹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 새로운 가치를 찾은 것만 같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