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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가양역 맛집] 부엉이제면소

본래 주 활동을 하는 지역이 자취를 하는 신촌 근처, 일을 하는 안암 근처, 원래 살고 있는 분당 / 수지 근처여서 강서 쪽으로는 잘 방문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블로그를 시작한 후로부터는 우리나라 지하철역이 있는 곳 주변에 맛집을 다니는 게 취미가 되었고, 먹는 데서 오는 행복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어서, 이번에 가양역 근처에 자취를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김에 그 친구가 가양역 맛집인 부엉이제면소에 데려다주었다. 어차피 같은 대학교 친구이기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그 친구 보고 그냥 신촌에서 만났을 텐데,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어서 내가 그냥 직접 그 친구 집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작년 연말에 술을 마시면서 그 친구가 자기 집이 가양역인데 그 근처에 부엉이제면소라고 소바를 파는 집이 진짜 맛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나서, 이번 만남은 강서쪽 가양역 근처로 잡았다. 사실 신촌에서 그리 거리가 먼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살짝 번거로웠다. 그러나 요즘은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 자체로써 설레는 감정이 조금 느껴지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가양역에 도착했다.

부엉이제면소

 

이곳이 바로 그 친구가 이야기해 준 부엉이제면소이다. 오피스텔 근처 상가에 있는 음식점 중 하나이다. 집 근처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한 밥집 같은 곳이다. 브레이크 타임은 2시 반 부터 5시까지이고, 11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영업하는 식당이다. 지금 확인한 거지만, 로고에 부엉이 안에 면 한자가 쓰여 있는 게 포인트인 듯하다. 이름인 부엉이제면소와 상당히 어울리는 로고이다.

부엉이제면소

 

사실 이런 동네 맛집을 찾아가다 보면, 대개는 직접 주문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갑자기 키오스크가 눈앞에 보여서 깜짝 놀랐다. 보통 키오스크는 프랜차이즈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동네 맛집에서 키오스크를 마주하다니, 왠지 모르게 신기한 느낌이었다. 역시 소바 전문점답게 소바 위주의 메뉴판을 볼 수 있다. 근데 보통 내가 생각하는 소바와는 다른 메뉴들이 보인다. 오리소바, 규소바, 그리고 고등어소바. 지금까지 소바는 항상 냉소바, 온소바 밖에 먹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무언가 첨가된 소바는 처음 보는 듯하다. 친구는 여기 고등어소바를 너무 많이 먹었다 하여 규소바를 시켰고, 나는 그렇게 맛있다는 고등어소바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켰다. 개인적으로, 그냥 면만 있는 소바보다, 다른 음식을 추가한 소바를 메뉴에 구성한 것은 진짜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사실 소바를 먹을 때 그 차이점을 많이 느끼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소바에 고등어를 넣어주면, 분명 생각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부엉이제면소

 

식당 내부는 깔끔하다. 진짜 소바집 같은 느낌인데, 하나 더 놀랐던 것은 번호표도 있다는 것이다. 진짜 프렌차이즈처럼 운영하는 동네 소바집이다. 시스템 자체는 상당히 좋다고 생각했다. 주방에서 일하시는 두 분이 모든 것을 해결하여 자동화가 매우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왼쪽에 보이는 부엉이 역시 포인트이다.

부엉이제면소

 

이것이 바로 고등어소바이다. 온소바에 너무나도 잘 구워진 고등어 세 덩이가 추가되어 있다. 사실 소바는 일본의 대표적인 면 요리이다. 우리나라에 메밀 막국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메밀 소바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일본어로 소바가 메밀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그래서 메밀소바라는 게 약간 같은 의미를 두 번 중복해서 쓰는 것이다. 보통 일본 음식은 교토와 오사카 중심의 관서지방과 도쿄 중심의 관동지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소바는 관동지방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12월 31일에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메밀을 먹으면서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사실 유명한 소바는 보통 냉소바여서 나도 냉소바 위주로 많이 먹어왔는데, 이렇게 온소바를 먹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다.

부엉이제면소

 

역시 메밀면답게 뚝뚝 잘 끊기고 식감도 좋다. 근데 사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물이 아닐까? 나름의 꽃샘추위가 오고 있는 요즘 뜨끈한 국물 한 번에 몸이 사르를 녹는다. 보통 소바의 국물과는 조금 다르다. 간장 맛이 많이 나는 소바의 국물보다는 조금 더 진한 육수 맛이 난다. 면을 한 젓가락 하고 고등어를 먹었는데, 이렇게 간이 잘 되어 있는 고등어는 상당히 오랜만이다. 고등어에서 진짜 적당하게 짭조름한 맛이 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이 소바 국물과의 조화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고등어 소바를 그냥 면과 고등어만 먹으면 약간 섭섭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지 밥까지 주신다. 면은 면대로 먹고, 고등어는 밥과 같이 먹으면 너무나도 조화롭다. 무엇보다 고등어를 너무 잘 구워 주셨는데, 어찌 보면 살짝 텁텁할 수 있는 고등어가 따뜻한 소바 국물에 적셔져서 나오니 그런 것 하나 없이 촉촉한 맛에 즐길 수 있었다. 진짜 코 박고 쉴 새 없이 먹었던 것 같다. 내 앞에 놓여있는 고등어소바가 너무 맛있어서 친구가 먹는 규소바는 보이지도 않았다. 어느새 고개를 들어보니 음식을 다 먹은 후였다. '아, 규소바도 한 입 먹어봤어야 했는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가양역 쪽에 다시 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다시 이 부엉이제면소를 들려서 다른 오리소바나 규소바를 꼭 한 번 맛 보리. 든든한 점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