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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수지구청역 맛집] 미가훠궈양고기

10년 정도 전에 아버지 발령으로 중국 천진이라는 도시에 가게 되었고, 고등학교 시절 그곳에서 4년 정도 생활을 했었다. 중국에서 살다가 한국 돌아온 지는 5년이 조금 넘었지만, 아직도 중국 음식에 대한 향수는 남아있고,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때 한식 다음으로 자주 먹는 게 중식이 될 만큼 상당히 자주 먹는다. 중국에 살 때 많은 사람들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힘들다 했는데, 본인은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중국 음식 특유의 알싸한 맛과 기름진 맛은 내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언제부터인지 한국에도 중국 음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어디를 가든 내가 좋아하던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중국에 살 적에 길거리 음식과 양꼬치, 쌀국수(미씨엔), 마라탕을 즐겨 먹었기에, 훠궈는 상대적으로 특별한 날(?) 가족과 외식을 할 때 즐겨 먹곤 했다. 처음 훠궈를 접할 때 '이게 도대체 한국의 샤브샤브와 다른 점이 뭐지?' 싶었지만, 특유의 마장 소스와 얼큰한 마라 국물은 앞선 생각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훠궈는 중국어로, 火锅 (huoguo)라고 읽고, 직역하자만 뜨거운 솥이라는 말이다. 영어로 하면 hot pot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본인은 중국 음식 중에서도 사천 음식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훠궈 역시 사천 음식으로 알고 있다. 사천요리는 다들 알다시피, 타 지역의 음식보다 덜 기름지고 매운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라탕, 마라샹궈, 마파두부 전부 다 사천요리에 속한다. 사천지방은 내륙에 있기 때문에 추위와 더위가 심하여 이러한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매운 요리가 발달되었다고 한다. 약간 저번에 소개했던 한국의 삼계탕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한국에서 수많은 훠궈를 먹어봤지만, 오늘 소개할 수지구청역 근처에 있는 미가훠궈양고기라는 맛집이 한국식 훠궈의 완성형이 아닐까 싶다. 원래 살고 있는 집에서 가까운 것도 있지만, 너무 과하지 않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훠궈를 맛보고 싶을 때, 항상 이 집을 찾곤 한다. 그리고 훠궈라는 음식이 원래 가격대가 좀 많이 나가는 편인데, 여기 미가훠궈양고기는 가성비 측면에서 상당히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미가훠궈양고기

 

항상 가면 기다린다. 2017년 정도부터 이 집을 알았는데, 그때부터 항상 여기는 사람이 줄을 서고 기다린다. 예전에 얼핏 들을 바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예약이 되는데, 금, 토, 일, 공휴일은 예약이 안 되어서 직접 대기표를 작성해야 한다. 그래도 이 집은 항상 기다릴만한 가치를 하는 곳이니 이번에도 조금 기다린 다음에 입장을 했다.

미가훠궈양고기

 

미가훠궈양고기

 

메뉴가 워낙 다양해서 오늘 먹은 것으로는 이 집을 소개할 수 없어, 저번에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을 모두 첨부하여 음식들을 최대한 많이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이번에 방문했을 때 거의 1년 만에 오는 것이었는데, 그때보다 요리가 상당히 많아져서 놀랐다. 항상 이 집에 올 때마다 훠궈와 양꼬치 위주로 먹었는데 그 외에도 중국식 요리가 정말 많이 생겼다. 다음에 올 때는 새로운 도전으로 그러한 요리 위주로만 먹어봐야겠다.

항상 여기는 가족끼리 오는데, 우리 가족은 4명이기 때문에 훠궈 세트를 먹으면 참으로 적당하다. A 세트와 B 세트의 차이점은 깐풍새우와 가지감자이다. 부모님 위주인 날에는 가지감자를, 나와 동생 위주인 날에는 깐풍새우를 시킨다. (사실 어떤 세트를 시켜도 만족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볶음이 깐풍새우에 비견할 바가 못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중국식 가지볶음은 그 맛이 정말 특별하다. 야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도 중국 음식점을 가면 가지 요리는 항상 잘 먹은 것을 보면, 정말 중국식 가지볶음은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번에는 훠궈 A 세트를 시켰다. 원래 항상 양고기만 먹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소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셔서 소고기를 시켰다.

미가훠궈양고기

 

미가훠궈양고기

 

시키고 나서 우리 가족은 항상 가게 뒤편의 무한리필 코너로 가서 직접 소스를 만들어 온다. 위에 보이다시피 원하는 만큼 소스를 직접 제작할 수 있고, 야채를 리필할 수 있다. 사실 요즘 대부분의 훠궈집이 이런 식이다. 훠궈의 기본 소스는 마장소스, 즉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땅콩 소스이다. 중국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소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본인은 항상 여기 마장소스에다가 청양고추나 매운 소스를 추가해 먹는다. 이 소스가 질릴 때쯤이면 간장소스를 조금 맵게 만들어서 먹는다. 개인의 취향이니 이것저것 넣어보고 가장 본인에게 맞는 소스를 선택하길 바란다.

미가훠궈양고기

 

훠궈에는 정말 여러 가지 재료들이 들어간다. 야채부터 시작해서, 두부, 버섯, 당면, 고기, 해산물 등등 그냥 넣고 싶은 거 다 넣어도 될 만큼 어떤 재료를 넣어도 맛있다. 여기 들어가는 재료는 아마 중국의 서로 다른 지역마다 다른데, 내가 살던 도시에는 훠궈에 완자나 해산물 등이 많이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집도 비슷하다, 기본적인 야채들과 버섯 그리고 건두부가 들어가고, 이 재로들은 전부 무한리필이다. 여기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건두부인데, 얇게 핀 두부여서 식감도 좋고 두부와는 조금 다른 맛이 난다. 훠궈는 항상 두 가지 탕으로 나뉘어 있는데 왼쪽이 홍탕(红汤)오른쪽인 칭탕(清汤)이다. 직역하자면, 매운 국물과 맑은 국물이 아닐까 싶다. 보통 홍탕에는 중국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내는 마라가 들어가 있는데, 이 집은 특이하게도 그 마라가 그리 강력하지 않다. 이것이 바로 내가 여기를 한국식 훠궈로 이전에 소개한 이유이다. 칭탕은 말 그대로 정말 맑고, 그 맛이 깔끔하여, 매운 것을 즐기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미가훠궈양고기

 

우선은 야채를 쉼 없이 먹는다. 야채를 계속 넣어먹으며 국물이 좀 끓었을 즈음에 고기를 넣고 샤브샤브처럼해서 먹는다. 사실 본인은 중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양고기이기 때문에 항상 양을 시켜 먹지만, 이번에 소고기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홍탕에 있는 재료들만 먹는데, 푹 담가진 야채를 마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진짜 중국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야채는 무한리필이기 때문에 쉼 없이 야채코너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여기서 제공하는 면은 한 번 밖에 제공이 안되기 때문에 모든 재료들을 다 먹고 마무리로 넣어 먹으면 완벽하다.

미가훠궈양고기

 

미가훠궈양고기

 

미가훠궈양고기

 

세트에 나오는 앞에 세 요리는 양이 그다지 많지 않다. 사실 훠궈가 메인이기 때문에 사이드 정도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깐풍새우는 딱 4인이 먹기 좋게 4개만 나온다. 그렇게 엄청 맛있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훠궈에 질릴 때 즈음에 조금 기름진 새우를 먹고 싶을 때 한 조각 정도면 충분한 양이라고 생각한다. 꿔바로우 역시 너무 중국식처럼 식초 맛이 강하지도 않고, 살짝 달짝지근한 게 한국식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훠궈랑 같이 먹었을 때 조합이 항상 좋다. 가지볶음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한번 맛보기를 권한다. 진짜 중국 음식을 많이 먹어본 사람들이 왜 가지볶음을 찾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가훠궈양고기

이건 고구마 맛탕으로 항상 서비스로 나오는 음식이다. 사실 살면서 먹어 본 고구마 맛탕 중에서 최고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장난 식으로 가족들이 여기는 고구마 맛탕 맛집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맛있다. 이 집은 고구마 맛탕이 안 나오면 섭섭할 정도로 사람의 감칠맛을 돋운다. 사실 고구마 맛탕이라는 음식이 메뉴에는 있지만, 그 정도까지는 조금 무리인 것 같아 항상 서비스로 입가심 정도만 한다.

항상 올 때마다 훠궈만 먹어서 다른 음식들은 많이 맛보지 못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양갈비나 양꼬치에 여러 요리들을 시켜 먹을 듯하다. 하지만, 양갈비는 미리 예약 주문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새로 북경오리(베이징덕)이 나온 것 같은 데, 이 역시 예약 주문이 필수인 것 같다. 베이징덕을 진짜 좋아하는데 언젠가 다시 한번 수지구청 쪽에 방문해서 무조건 맛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