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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서현역 맛집] 주누 돈까스 냉면

초중학교 시절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분당 서현에 살았다. 당시 서현역은 가족과 좋은 일이 있을 때 백화점에 가거나, 친구들과 놀러갈 때 가는 곳이었다. 그 때 당시에는 정말 북적북적한 서현역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찾은 서현역은 그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 때만큼의 북적거림이 줄어들었고, AK 플라자 중앙 만남의 광장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지만, 어린시절의 기억과는 또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서현역 주변도 참 많이 바뀌었다.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지만, 오래된 가게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난다. 당시 트렌드에 맞춰서 여러 집들이 생겨나지만, 기본적으로 서현역 대부분의 가게들은 프랜차이즈 위주이다. 그리고 밥집보다는 아무래도 술집과 노래방, 피씨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시 어린시절 친했던 친구가 소개해준 집은 바로 주누 돈까스 냉면이다. 처음 들었을 때 '아, 돈까스랑 냉면을 파는 곳이구나.' 하고 친구와 함께 이 집을 들어간 기억이 있다. 근데 당시 친구가 여기는 돈냉면이 진짜 맛있다고 했는데,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어서 '아니 돈냉면이 뭐야?' 라고 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번 먹어보라고 시킨 그 때 돈냉면이 너무 맛있던 기억이 나서, 지금까지도 서현에 밥 먹으러 갈 일이 생기면 아직도 이 집에 방문하곤 한다. 그 때 당시 친구는 돈까스를 시키고 나는 돈냉면을 시켜서 먹었는데, 돈까스는 딱히 특별하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한가지 신기했던 것은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 매운 돈까스를 먹기 위해 방문한 사람이 꽤나 많았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서현에 오랜만에 볼일이 있어 방문했는데, 갑자기 옛 생각에 잠겨 주누 돈까스 냉면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주누 돈까스 냉면

 

주누 돈까스 냉면

 

사실 서현역은 너무 빼곡빼곡하게 상가가 모여있어서, 지도를 보고도 이곳이 맞는지 아닌지 참 판단하기가 어렵다. 위에 사진처럼 주누 돈까스 냉면은 그래도 다른 집에 비해 나름 이름이 잘 적혀있다. 유심히 길을 보다가 저렇게 생긴 빨간색 간판이 보이면 거기로 쭉 들어간다. 1층에 간판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집이 나온다. 11시에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업은 10시반에 오픈해서 9시 반까지 하신다. 사람들을 보면 반 정도는 돈냉면을 먹고, 나머지 반은 돈까스를 먹는다. 여기는 사실 돈냉면으로도 유명하지만, 매운 돈까스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주누 돈까스 냉면

 

주누 돈까스 냉면

 

메뉴는 참 간단하다. 냉면, 맵기에 따른 돈까스, 돈냉면, 돈떡범벅 이렇게 있다. 사실 돈떡범벅은 새로 생긴 메뉴여서 잘 모르겠다만, 여기 오면 돈냉면 밖에 먹지 않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그냥 돈냉면을 시키기로 한다. 밥은 무한리필이고,다른 소스 추가시 2000원이 추가된다. 주문이 들어가면 바로 튀겨서 돈까스를 주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시는데, 내가 느끼기에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적당한 시간을 두고 음식이 나오기 때문에 따로 걱정은 안해도 싶을 듯 하다.

 

주누 돈까스 냉면

 

메뉴를 시키자마자 단무지와 스프를 주신다. 스프를 보아하니 돈까스가 경양식 돈까스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사실 돈까스를 너무 좋아하여 일식 돈까스와 경양식 돈까스를 둘다 좋아하는데, 약간 매일매일의 기분 마다 다른 듯하다. 소스에 푹 적셔먹고 싶으면 경양식을, 두꺼운 고기에 바삭한 튀김맛을 먹고 싶을 땐 일식 돈까스를 즐겨먹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 같이 바삭한 튀김을 냉면 국물에 푹 담궈 먹고 싶은 새로운 종류의 돈까스의 경우에는 주누 돈까스 냉면을 찾는다. 스프의 맛은 에피타이저로 상당히 괜찮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맛이다. 단무지는 이따 돈냉면과 같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남겨둔다.

주누 돈까스 냉면

 

드디어 나왔다. 오랜만에 맛보는 돈냉면의 맛이다.내가 정말 좋아하는 조합이 다 들어가 있다. 바삭한 돈까스에 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냉면, 그리고 무엇보다 비빔냉면의 소스까지.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저번에 우래옥에서 소개했던 평양냉면 말고 한국식 냉면을 먹을 때는 가장 맛있는 건 바로 시원한 물 냉면에 비빔냉면 소스를 넣어주는 것인데, 이 집은 그런 내 취향을 완전히 저격한다. 거기에 돈까스까지 추가하는 것은 사실 본인을 위한 메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냉면에 본격적으로 적셔 먹기전에 돈까스를 본연의 맛 그대로 먹는다. 잘 튀겨진 돈까스의 맛이다. 하지만, 이 돈까스를 냉면과 같이 먹는 순간 그 조합은 입맛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냉면 특유의 질긴 식감에 돈까스의 바삭함이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 조합이 느끼하거나 밍밍하지 않게 비빔장이 맛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돈까스를 따로 먹고, 냉면을 따로 먹고, 돈까스와 냉면을 같이 먹고,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거의 다 먹은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누 돈까스 냉면

냉면과 돈까스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싫어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음식이다. 남자는 돈까스, 여자는 떡볶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좀 색다른 돈까스나 냉면을 먹고 싶은 사람에게 너무나도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서현에 방문하게 될 때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