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 간식거리에 대한 추억이 있다. 10년 전 내가 초중학교를 다닐 시절 학교나 학원이 끝나고 먹는 간식거리는 분명 그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 수내 쪽에 수학 학원을 다닐 때 1층에는 김정수 토스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항상 학원 쉬는 시간마다 계단을 뛰어내려와 현금을 내밀고 아저씨에게 '토스트 하나 주세요' 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사실 나에게 있어 이 토스트 집은 세상 그 어떤 토스트와도 비교할 수 있는 추억을 담고 있고,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토스트 집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살면서 수많은 토스트를 먹어보았지만, 이 집만큼 특별하고 맛있는 토스트는 먹어보지 못하였다. 분당에 거주하는 주민이거나 분당을 방문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꼭 한 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수내역 근처 상가에 위치하고 있는데, 입구부터 토스트 냄새가 유혹한다. 벌써 이 집과의 인연이 10년이 넘었다. 감사하게도 아저씨는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신다. 이번에는 동생과 어머니와 같이 갔는데, 모두 기억해 주신다. 분당에서 거주하지 않은지 5년이 넘었지만, 수내에 들릴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다 보니 그럴 때마다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어찌 보면, 수내에 방문할 때 무조건 들려야만 하는 의례가 되어버린 김정수 토스트 집이다. 추억을 돌이키기 위해서는 물론, 정말 맛있는 토스트가 먹고 싶을 때 꼭 들리게 된다.
메뉴는 간단하다. 어릴 적에는 돈이 없어서 항상 야채 계란 토스트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때는 그 기본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매일매일 사 먹었었다. 이 집의 토스트의 핵심은 아저씨가 항상 말씀하시는 '사랑과 정성이 담긴 소스'인데, 집에서 아무리 따라 하려고 해도 절대 만들 수 없는 소스이다. 토스트에 어울리는 최상의 소스라고 생각한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극히 시중에서 파는 다른 토스트처럼 평범하지도 않고, 특별하면서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이 소스가 맛있다고 느끼는 것을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기기에 딱 알맞은 소스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저씨와 담소를 나누며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연령대가 참 다양하다. 가장 많이 오는 그 상가에 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들부터 동네에 거주하는 어른들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이 집을 찾는다. 그럴만하다. 본인도 이 근처에 살았으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방문했을 듯하다. 최근에는 김정수 토스트에 방문할 때마다 그래도 가장 비싼 야채, 계란, 햄, 치즈 토스트를 시킨다. 이번에는 동생과 같이 왔는데 당연히 둘 다 이 토스트를 시켰다. 시키면서부터 동생과 나는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열심히 토스트를 만들어주시는 아저씨의 모습이다. 오른쪽에 초록색 컵에 담겨 있는 게 이 집 특유의 소스인데, 한 통만 가져다가 집에서 토스트 만들 때 항상 발라먹고 싶게 되는 맛이다. 잘게 썬 야채와 계란을 섞어 소금 간을 마치고 만들어주시기 시작하는데 위에 피망도 올라간다. 사실 토스트 제작 과정만 보면 타 토스트 집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뭐 토스트를 만드는데 그리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근데 항상 여기는 토스트가 왜 이렇게 맛있냐고 물어볼 때 사랑과 정성이 가득하기 때문이 지라는 아저씨의 대답을 빌려보면, 정말 그 말이 이 집의 맛을 좌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거의 다 완성되었다. 이 토스트를 만들어 주시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계속 찾아온다. 아저씨는 매일 밤 10시까지 하시는데, 뭐 거의 언제 와도 항상 계신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보통 혼자 오면 여기서 우유나 음료와 같이 하여 아저씨와 담소를 나누면서 토스트를 먹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뒤에 급히 어딜 가야 하는 일이 있어서 아저씨에게 포장 주문을 했다. 그냥 토스트 통째로 들고 갈 것인지, 아니면 잘라 줄 것인지 여쭤보시는데, 먹기 편하게 하기 위해 잘라달라고 부탁드렸다.
항상 해맑게 웃으시는 아저씨의 모습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토스트가 정말 잘 구워졌다. 정성을 다해서 토스트를 구워주시는 만큼 정말 바삭하고 색다른 풍미가 느껴지는 토스트를 맛볼 수 있다. 토스트를 자르실 때 '사각'하는 소리가 왜 항상 듣기 좋은지는 모르겠다. 웃는 얼굴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뒤, 다시 한번 찾아뵙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떠난다. 언제 다시 찾아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 것만 같다. 그때는 조금 더 자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겠지? 가끔은 아저씨와 옛날 얘기도 하는데, 그때 내가 정말 그랬었나 싶기도 하다. 항상 이 집, 김정수 토스트를 맛볼 때마다 맛뿐만 아니라 또 다른 좋은 추억을 안고 가는 것 같아 매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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